올 6월은 다른 어느 해 6월보다 특별하게 다가온다. 사상 최초로 남·북 정상회담이 예정돼 있고 그에 앞서 북한교예단이 방문하는 등 전에 없이 화해 무드가 고조되는가 하면 통일의 기운마저 무르익는 듯 하다. 이렇듯 '북한 붐'이 불고 있는 사회 분위기에서 50년대 후반 북한의 모습을 담은 책이 출간돼 눈길을 끈다.
'동독 도편수 레셀의 북한 추억'(사진 에리히 레셀, 글 백승종, 효형출판 펴냄, 280쪽, 1만5천원)은 독일(구 동독)의 건축설계사였던 레셀이 1956년 동독 공산당의 명령으로 '북한건설단'에 배속되어 1년간 전후 복구사업을 벌이면서 당시의 북녘 땅과 사람들 모습을 카메라에 담은 자료집이다. 레셀의 카메라에 담긴 당시의 북한은 전쟁의 태풍이 지나간 격변기속에 국영화사업을 근간으로 한 경제개혁이 진행됨에 따라 도시와 농어촌이 변화하고 사람들의 생활상도 바뀌는 과도기 사회였다. '높은 산, 맑은 강, 그리고 푸른 바다' '아직 남아있는 옛 모습' '사회주의 조국 건설이라는 이름의 전차' '김일성 유일 사상으로 가는 길목에서' 등 4가지 주제로 분류된 사진들은 당시 북한의 옛 모습을 여러 각도에서 보여주고 있다.
함흥의 임시 철교, 개마고원의 너와집들, 소풍 나온 개성 사람들, 벼를 베는 함주군 농민들 등 상흔속에서도 평화로운 자연과 사람들의 모습이 있는가 있는가 하면 개성의 한옥 마을, 북청 산골의 무자위(수차), 노천시장의 과일전, 동구 밖 돌장승 등 당시에 남아있던 옛 모습을 볼 수 있다. 또 시위를 구경하는 사람들, 신포항의 항만 시설공사, 평양에 들어선 새 건물, 수력발전소 등은 사회주의 건설 현장을 담았으며 산속까지 밀고 들어온 사회주의식 계급장, 작은 북을 치는 아이들, 함흥의 광복절 기념 시위, 붉은 깃발의 함성 등은 김일성 유일사상이 뿌리를 내리는 시기의 북한 모습을 전해준다.
이 책은 이 땅에 살면서도 고향을 잃어버린 사람들에게 가슴속에 묻어두었던 아련한 옛모습, 돌아갈 수 없는 시절의 달콤한 추억과 슬픔을 떠올리게 한다.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도 분단으로 특징지워진, 시대의 아픔이 개인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느끼게 한다. -金知奭기자 jiseo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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