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98년과 99년 두 차례에 걸쳐 단행된 일본대중문화 개방이 당초 우려와 달리 큰 부작용없이 문화접촉기회 확대, 국내 문화산업 경쟁력 강화 등 긍정적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또 국민들은 월드컵대회가 열리는 2002년까지 방송 프로그램을 포함한 일본대중문화를 전면개방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일본문화시장을 적극 공략할 경우 개방에 따른 국내 수익감소분은 어렵지 않게 보상받을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문화관광부 소속 한국문화정책개발원은 7일 이같은 내용의 '일본대중문화 개방정책의 심사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정책개발원 이흥재 연구실장 등 6명은 영화, 비디오, 음반, 공연, 만화 등 각 분야에 대한 실태를 분석한 뒤 국민과 한·일 관련업계 여론조사를 토대로 향후 3차 개방의 방향과 파급영향 등을 제시했다.
먼저, 개방효과가 가장 컸던 영화의 경우 개방조치 첫 발표 후부터 지난 3월까지 120만명 관객의 '러브레터' 등 10편이 수입개봉돼 지난해 현재 국내시장점유율 3.5%를 차지했으나 전체적으로 봐 당초 우려에는 못 미치는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국산영화는 98년 28.7%에서 지난해 36.1%로 시장점유율을 늘려 대조를 이뤘다.
비디오물 역시 상영영화 중 8편이 출시돼 '러브레터'의 경우 4만9천개가 판매됐으나 이렇다할 부정적 개방효과는 눈에 띄지 않았으며 일본 대중가요 등 공연도 2천석 이하라는 조건에 묶여서인지 시장을 위협하는 영향력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이에 대해 문화정책개발원은 "1, 2차 개방정책이 국민들에게 일본문화에 대한 관심과 욕구를 충족시키고 다양한 문화접촉의 기회를 확대하는 등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고 평가하고 "단계적 개방이라는 정책기조는 국민과 업계의 평가와도 부합해지속적으로 확대·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정책개발원이 전국 15세 이상 1천명의 국민을 대상으로 지난 3월 초 전화면접한 국민의식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3.6%가 일본대중문화의 단계적 개방을 인지하고 있다고 말해 일본문화가 국민의식 속에 폭넓게 자리잡고 있음을 반영했다.
특히 출판문화의 경우 10대의 84.3%가 접촉해봤다고 대답해 영향력이 큼을 보여줬으며 일본게임을 한 적이 있다는 10대도 63.5%로 비교적 높게 나타냈다. 여론조사결과 출판만화, 비디오, 영화, 게임 등은 10대와 20대에서 높은 접촉비율을 보였으나 방송은 모든 연령층에서 상대적으로 고른 수치를 보였다.
전면 개방의 적정시기를 묻는 질문에는 55.9%가 올해 이내라고 대답하고 19.0%와 14.0%가 내년 또는 내후년 이내라고 말해 국민 대다수가 2002년 월드컵 대회 이전까지 전면개방하는 게 좋다는 견해를 갖고 있었다.
한·일 양국 업계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개방속도에 대해 한국과 일본업계가 각각 '다소 늦은 편' '아주 늦은 편'이라고 대답, 양측 모두 좀더 빠른 개방을 원하고 있음을 반영했다.
국내 업계는 일본대중문화가 국내에서 흥행할 가능성은 10%가 채 안된다고 전망했고, 10대와 20대 대상의 애니메이션(영상)과 발라드·록(공연), 댄스(음반) 등이 경쟁력이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일본 업계도 한국 업계와 비슷한 의견을 제시했다.
정책개발원은 3차 개방을 애니메이션 등 모든 영화 및 비디오, 음반을 개방하고 공연 좌석수 제한을 폐지하는 '대폭 개방'과 여기에 방송 프로그램을 포함하는 '전면개방'으로 나눠 예측한 결과 일본상품의 국내점유율이 차이가 거의 없거나 오히려 낮았다고 분석했다.
전면개방을 하면 영화, 비디오, 음반에서 모두 267억~356억원의 국내산업 수익감소가 발생하지만 우리 문화상품이 일본시장을 조금만 파고들어도 이같은 수익감소분은 쉽게 만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본 문화산업시장이 한국의 6~10배에 달해 영화의 경우 0.3%, 비디오의 경우 0.7%만 점유해도 수익감소를 상쇄하고도 남는다는 게 정책개발원의 견해다. 음반은 점유율 0.2%가 부정적 효과를 보상하는 손익분기점으로 분석됐다.
정책개발원은 이와 관련해 "일본대중문화 개방에 따른 우리 산업의 부정적 효과에 집착하기보다 일본시장을 좀더 적극적으로 파고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같은 정책개발원의 심사분석을 참고해 3차 일본대중문화 개방계획을 이달중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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