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빈 껍데기' 지방대학

미국의 젊은이들은 고교를 졸업하면 대개 집을 떠나 독립된 생활을 한다. 원하는 대학이 집에서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도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학과별로 우수한 대학이 따로 있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선택 기준도 전공이다. 전국 대학을 상대로 입학 허가를 신청, 합격 통지를 받은 곳 가운데 한 곳을 골라 진학한다. 하비머드대학과 쿠퍼유니온대학은 공과대학만 있는 작은 규모지만 입학생 성적은 하버드대학이나 MIT와 맞먹는 것도 그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우리는 어떤가. 진학의 선택 기준이 '소재지'와 '대학 자체'가 절대적이다. 서울을 가장 선호하고 그 다음 성적이면 수도권을, 그보다 못하면 지방대를 지원하는 경향이다. 일단 진학을 해도 1.2학년만 마치고 편입하거나 재수로 재도전하는 것이 필수과정처럼 여기는 학생들도 얼마나 많은가.

특히 이즈음 두드러지게 주말마다 서울로 향하는 대학생들의 모습은 수도권에 학생을 빼앗기고 있는 지방대학들의 현주소를 말해 주는 듯하다. 이런 분위기 때문에 지방대학은 '잠시 머무르는 곳'으로 전락하고, 정원의 절반 정도가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남아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교육부의 조사에서도 대학생 3명중 1명이 휴학 상태이며, 대구.경북권과 광주.전남권이 가장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심지어 극심한 재정난에 허덕이는 일부 대학들은 2, 3년 안에 문을 닫아야 할지 모르는 위기를 맞고 있어 대학가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얼마나 심각한가를 느끼게 한다.

이같이 지방대의 공동화 현상이 갈수록 확산되는 원인은 취업률 저조, 열악한 시설 등에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학문의 영역과 교육방식에서 다른 대학과 차별화되는 '특성화', 소수 경쟁력있는 학과를 키우는 방법 등이 가장 시급한 과제가 아닐는지. 정부도 지방의 우수 학교를 적극 지원해 그 지역의 거점대학으로 키우는 한편 지방대학들도 위기의식을 절감, 살아 남기 위한 대책 찾기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설 때가 된 것 같다.

이태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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