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근대적으로 보이지만 가장 현대적인 내용을 가르치는 학교, 떨떠름하게 입학했다가 다닐수록 자부심을 갖게 되는 학교'
지난 3월 교명을 바꾼 대구자연과학고(구 대구농고)에 올들어 일고 있는 활기를 두고 교육계 관계자들이 하는 칭찬의 말이다. 실제 학교는 생기가 넘쳐 보였다.10만평이 넘는 대지가 온통 푸르게 뒤덮인 6월의 교정은 대학 캠퍼스 분위기. 여러 모로 특색 있게 진행되는 학교 프로그램의 효과는 학생들의 밝은 얼굴에도 나타났다.
학교 편제부터 예전과 달라졌다. 농기계과는 산업기계과로 바뀌었고 교과도 최신 농·공업 분야를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다. 제과·제빵, 종이접기 등 특기적성교육이 강화돼 학생들의 자격증 취득범위도 한층 넓어졌다.
'농고'라는 이름에 거부감을 갖던 학생들은 자연과학고로 교명이 바뀐 뒤 자부심마저 갖게 됐다고 한다. 인문과학과 대비되는 자연과학이 아니라 자연을 과학적으로 다룬다고 스스로 해석할 정도.
농업계 고교라 입학 때 성적이나 품행에 문제 있는 학생들이 적지 않은 것이 현실. 그러나 자연 속에서 자연과 함께 생활하다 보면 성격도 부드러워진다는 게 학교 관계자들의 자랑이다. 실제 5월 마지막 주에 지각과 복장 불량으로 단속된 학생 수는 1학년이 130여명인데 비해 3학년은 30여명에 불과했다.
문제 학생들에게는 인근 장애학교인 선명학교 봉사를 시킨다. 4, 5일 동안 장애아들을 돌보면서 자신의 생활태도와 습관에 대해 고민하고 감사의 마음을 갖게 하자는 취지. 효과는 즉각 나타난다. 전학이나 퇴학갈 처지에 놓였던 문제 학생 4명은 지난 2월 선명학교에서 봉사활동을 한 뒤 새 학기 들어 이 가운데 2명이 선행상을 받을 정도로 몰라보게 달라졌다는 것.
대구에서는 처음으로 지난해 학교 내에 장애아 특수학급이 편성된 것도 학생들의 정서순화에 크게 도움이 됐다. 현재 1, 2학년 각 15명의 장애학생이 주 7, 8시간만 따로 기초교육을 받고 나머지 시간은 일반 학급에서 함께 보낸다. 처음에는 불편해하고 꺼려 하던 학생들도 시간이 지나며 친숙해져 자기들끼리 학습도우미를 정해 돕기도 하고 수학여행이나 소풍 때는 앞장서 동행했다.
스승의 날인 지난달 15일에는 교사들이 조성한 사도장학회에서 41명의 학생들에게 공납금과 장학금 540여만원을 지급, 학생들에게 깊은 감동을 안겨줬다.
대구자연과학고의 또다른 특색은 지역화. 지난해부터 인근 학생은 물론 주민들에게 학교를 최대한 개방하면서 지역사회의 새로운 구심점으로 자리잡았다. 대표적인 프로그램은 제과·제빵 교육과 상설 영농체험학습장 운영.
평생교육 차원에서 연2회 이루어지는 제과·제빵 교육에는 학부모와 인근 주민들의 참여열기가 뜨겁다. 재료비만 부담하면 각각 10여개의 제과와 제빵 기술을 배울 수 있기 때문. 지난달 4일 40시간 과정을 마쳤고 2학기에는 60시간 과정이 개설된다. 벌써 2학기 교육에 대한 문의와 예약이 빗발치고 있다.
상설 영농체험학습장은 지난해 4월 시작한 후 인기가 높아 올들어 500평 규모로 늘리고 객토 300트럭, 시비 120포 등 공도 들였다. 현재 인근 7개 초등학교 학생 280여명이 1인당 1.5평씩 분양받아 각종 작물을 재배하고 있다. 아침 저녁으로 학생들의 손을 잡은 학부모들이 들락거리고, 주말에는 가족단위로 찾은 승용차가 줄을 이을 정도.
지역사회 내에서 학교의 위상이 높아지자 학생들의 자신감도 더 커졌다. 김정기 교장은 "수업, 생활지도 등 학교운영 전반을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추고 나름대로 특색을 가지려 애쓰다 보니 학생들도 자연스럽게 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金在璥기자 kj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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