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혈세 삼키는 워크아웃 기업

무려 1조6천400억원의 금융지원을 받고 다시 1조1천억원의 출자전환을 협의중인 동아건설의 고병우(高炳佑)회장이 지난 4·13총선 당시 정치권에 거액의 정치자금을 제공했다는 의혹은 분노를 금치못하게 한다. 환란의 혹독한 시련속에서 국민의 혈세로 조성한 공적자금이 투입된 금융기관들로부터 이렇게 엄청난 금융지원을 제공받고도 기업회생보다 권력의존적 기업보신을 꾀했다면 용서받기 어려운 일이다.

이미 98년 워크아웃 제도가 도입되면서 워크아웃 대상이 된 업체들은 특혜를 받기 때문에 권력기관에 로비를 하고다녔다는 소문이 무성했고 워크아웃 기업선정기준은 기업회생의 가능성이라 하나 실제론 모호한 점이 많았다. 그 결과 지금까지 워크아웃기업이 절반이하로 줄었다지만 속빈 강정이란 지적을 받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만도 32개사가 퇴출·졸업 등 대상에서 제외됐으나 경영성과가 우수해서 조기졸업한 업체는 7, 8개에 불과하다는 평가다. 20개월간이나 워크아웃이 진행중인 동아건설의 경우 한달 넘게 성과급 지급 등의 문제를 둘러싸고 내분을 빚고 있는 사례가 워크아웃 기업의 대표적 현주소를 말해준다는 것이다.

설사 워크아웃 업체가 부적격이라해도 공적자금이 직·간접적으로 투입됐다면 기업살리기를 위해 최선을 다해야함에도 동아건설과 같이 엉뚱하게 정치자금제공의혹으로 도덕적 해이문제를 일으키는 것은 기업만 나무랄 일이아니다. 최근 워크아웃 기업의 회장인 박상희씨가 중기협중앙회장직을 유지하면서 여당의 전국구공천으로 국회의원직까지 차지하고 모교에 거액의 후원금까지 약속해 물의를 빚은 사례는 정부·여당이 도덕적 해이를 조장하는 느낌마저 준다,

심지어 워크아웃 기업인이 정당이나 정치인의 후원회행사에 줄을 서는 모습이나 채권은행의 퇴직 임직원들이 옥상옥(屋上屋)의 자리를 만들어 고급차에 호화사무실과 고액봉급을 챙기는 모양은 국민적 배신감을 느끼게한다. 상당수의 워크아웃기업들은 국민혈세로 진수성찬을 차려놓고 채권은행과 대상기업이 먹자판을 벌이는 꼴이다. 여기다 이를 감시해야할 금융감독당국등 정부기관과 정치권이 이를 방관조장하는 분위기는 새삼 위기감을 갖지않을 수 없다.

뒤늦게 정부가 이들에 대한 세무조사와 수사를 하겠다고 나서고 있으나 철저하게 의혹과 비리가 밝혀질지 의문이다. 정치권이 개입됐다면 또 우물우물 넘어갔던 전철을 밟지않을지 모르겠다. 공적자금의 도덕적 해이는 철저히 밝히고 워크아웃제도의 원천적 약점은 이번 동아건설사태를 계기로 보완되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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