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가 다시 어려움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취임 6개월까지도 예상 보다 훨씬 상황을 잘 끌어간다는 평(본지 4월17일자 보도)을 듣던 와히드 대통령이 최근 한달여 사이에 전혀 달라진 상황에 맞닥뜨리고 있는 것.
◇지역 곳곳 분리독립 추진=동티모르에 이어 아체가 그러했듯, 이번엔 서파푸아가 독립을 선언하고 나섰다. 세계에서 두번째 큰 섬인 뉴기니를 동쪽의 독립국 파푸아 뉴기니와 반분해 차지하고 있는 서파푸아는 1961년에 네덜란드로부터 독립을 선언했으나 2년 뒤 인도네시아에 합병됐다.
인구는 280만명밖에 안되지만 세계 최대의 금광을 가진 이곳에서는 지난달 30일부터 40여년 만에 첫 의회가 열려, 폐막하던 4일 독립을 선언했다. 대화를 수단으로 할 예정이긴 하나 이 문제는 앞으로도 두고두고 긴장거리가 될 전망이다.
이런 와중에 북동부 말루쿠에서는 작년 1월부터 17개월째 종교분쟁이 계속돼 한달 전엔 무장 회교세력이 그곳으로 집결해 대규모 유혈사태를 예고하기까지 했다. 이곳에서는 이미 2천500여명이 사망하고 가옥 1만5천여채 등이 불탔다.
또 그 인근 술라웨시 주에서도 지금까지 2주일 사이 이슬람.기독교 사이의 충돌이 악화돼 최소 162명이 사망했다. 6일 하루 동안에만도 최소 50명이 숨졌다. 정부측은 종교간 충돌이 수하르토 측에 의해 사주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내정 분란=와히드는 작년 10월 대통령으로 급부상한 후 독재 잔재 청산, 민주 발전, 경제난 해소 등에 큰 기대를 모았었다. 더욱이 활발한 순방외교를 펼치기까지 하자 공동정권 내 다른 정파들도 적극 지지하고 나섰었다.
그러나 와히드가 인권 침해를 이유로 반공법 폐지 및 공산당 허용을 주장하면서 갈등이 생기기 시작했다. 친이슬람계 정당들이 비판하고 나선 것. 이런 중에 최근엔 와히드가 공동정권의 다른 정당들이 파견한 경제각료를 마구잡이 해임, 문제가 깊어졌다. '국민각성당' 소속인 와히드가 1.2위 다수당인 '민주투쟁당' 및 '골카르당' 소속의 국영기업 투자장관 및 통상장관을 전격 해임한 것.
이에 양대 정당은 전략을 바꿔 공동정부 이탈은 물론 친이슬람 정당들의 반와히드 노선에 동참키로 했다.
◇와히드 신뢰성 추락=이런 중에 와히드 자신까지 문제에 휘말렸다. 친동생이 금융 구조조정청(IBRA) 요직에 임명됐다가 문제되자 사임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어 조달청으로부터의 거액 공금 횡령사건이 불거져 경찰이 와히드 소환 가능성까지 비치고 나올 지경. 공금은 유혈 분쟁지역 지원을 위해 와히드가 인출을 요청한 것이지만 그의 전속 안마사가 무려 46억원을 꿀꺽해 버린 것. 와히드가 착복의 배후 인물로 지목되고 있다. 그 측근인 총무처장은 이미 인책 사직했다.
최근에 무장 독립세력인 자유아체운동(GAM)과 체결한 평화협정에도 시비가 걸리고 있다. 밀실 결정, 해외 교섭 등의 행태가 잘못됐다는 것. 더욱이 협정체결 후에도 아체에서는 총격전이 되레 격화돼 12명 이상이 숨졌다.
말루쿠 등 종교 분쟁이 그의 신뢰를 추락시킬 것은 물론이고 여기다 4일엔 지진까지 덮쳐 7일 현재 희생자가 103명으로 늘자 민심이 더 흉흉해지고 있다.
◇8월 위기설=경제난이 해소되지 않은 것은 와히드 정부에 가장 치명적인 것이다. 세계 기구들은 인도네시아의 성장률 예상치를 최근 다시 더 낮게 조정했을 정도.여기다 수하르토 문제가 제대로 해결되지 않아 대학생들의 시위가 심각한 양상으로 발전하고 있다. 관련 검찰수사가 몇개월째 답보상태를 지속하자 국민들이 실망을 넘어서 분노를 표출하고 있는 것.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자 주요 정당들은 활발한 접촉을 통해 와히드의 독선을 더이상 좌시할 수 없다는데 합의, 오는 8월 열리는 국민협의회(MPR) 연례총회에서 각종 정책 난맥상을 집중 추궁키로 내부의견을 모았다. 까딱하면 탄핵까지 이를 전망.
그러나 정치권이 견제 수준을 넘어 와히드를 몰아낼 수 있을지는 속단하기 어렵다. 대체할 지도자가 마땅찮고, 빈사상태의 경제 회생에 열쇠를 쥐고 있는 서방 선진국들이 여전히 와히드를 신뢰하고 있기 때문. 외신종합=朴鍾奉기자 paxkore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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