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세풍-지방시대의 남북정상회담

분단이후 첫 남북정상회담이 나흘 앞으로 다가왔다. 평양에 가게될 김대중 대통령과 수행원 등 대표단 일행은 사뭇 설레는 낮밤을 보낼 것같은 생각이 들지만 회담준비상황을 지켜보는 일반 국민들도 가슴 벅찬 감회를 누를 길 없다. 김 대통령과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백두산 천지 벽화를 배경으로 웃으며 악수를 나누는 모습을 실시간 TV 생중계로 보게되는 것은 상상만해도 감동적이다. 남북한 동포와 해외 거주 한민족이 같은 순간에 이처럼 꼭같은 감격을 느끼는 경우는 기나긴 민족사에서도 더문 일일 것이다.

민족사에 더문 감격

이같은 8천만 한민족의 엄청난 감동의 열기는 일제의 질곡과 분단의 한(恨)이 내면에서 분출하는 어쩔 수없는 정서지만 첫 남북정상회담을 지켜보는 국내외의 계산은 사뭇 냉엄한 분위기를 만들고있다. 미,일,중,러등 한반도 주변4강의 공식적 남북정상회담환영 발표에도 불구하고 이 회담을 둘러싸고 흐르는 기류는 미묘하기만하다. 이 회담을 적극적으로 주선한 나라와 이를 뒤에서 지켜보는 나라들 들 사이의 어쩐지 달라보이는 태도, 남북이 비중을 두고자하는 의제와 주변국이무게중심을 두는 과제가 다른데 따른 문제들이 설왕설래되는 상황은 다소 어수선하기까지 하다. 북에는 북대로 남에는 남대로 내부적인 이해문제가 대두될 수 있고회담을 성공적으로 이끌기위한 김 대통령의 준비 노력이 각별히 눈길을 끈다.

그러나 이번 남북정상회담이 어떤 성과를 거둘지는 알 수 없다. 최소한의 기대라도 가진다면 이미 30년전의 동서독 정상들이 분단후 첫만남에서 이루었던 성과와 비슷한 수준이라할 수 있는 남북평화공존과 남북교류협력의 의지를 서로 확인하고 실행을 위한 준비기구에 합의하는 것이다. 작든 크든 성공적 남북회담이 되려면 국민적 지지와 각계각층을 주도하는 인사들의 활동과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이번 회담 수행대표들의 면모가 드러나면서 대체로 남북합의에 따른 인원수 범위에서 각계를 아우르는 구색을 갖춘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특별히 지방시대에 지방에 대한 고려가 없는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지방대표 고려 없어

남북회담에 무슨 지역적 고려가 필요하냐고 반문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 의문을 갖는다면 지금은 중앙정부가 모든 일을 전횡하는 시대가 아니란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회담에 대한 지지와 국민적 합의가 지방정부 차원에서도 이루어져야하고 각종 교류사업도 중앙집중적으로만 이루어져서는 효과적인 남북교류가 될 수 없다. 몇년전부터 경북도를 비롯한 동북아 지방자치단체간의 모임과 교류가 진행되고있는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중앙정부 못잖게 지방간의 교류가 큰 흐름을 이루어가는 지방시대와 세계화시대(세방화시대)의 추세를 거슬러갈 수는 없는 현실이다.

특히 이번 회담에서 성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하는 의제 가운데 경제협력의 문제는 1차적으로 중소기업차원의 협력이 가장 현실적이란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지역산업의 구조조정과 맞물려 지방중소기업의 북한진출이 남북간에 공동이익을 가져온다는 것이다. 때문에 남북경협의 문제를 논의하는 회담에선 대기업도 참여해야하지만 그에 못잖게 지방중소기업대표가 참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대구지역에선 96년에 벌써 전국 최초로 상공회의소가 앞장서 섬유겲활?양산 등 지역산업의 대북교류사업에 착수, 97년 6월에 기본합의를 해놓고 있으나 경제외적 상황변화로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이같은 경험이 협상과정에 소중한 참고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지방경협의 필요성

회담 수행원의 변경이 어렵다면 회담의 성과에 따라 후속회담이 진행될 경우 앞으로는 지방의 대표가 참여하는 것이 남북문제에 국민적 지지를 넓히는 길일 것이다. 지방정부가 소외되고 지방경제계와 지방문화계가 소외된다면 남북회담에서 전국민의 심층적 공감을 얻기는 어려울 것이고 그렇게되면 남북의 화해와 교류확산이 부진할 수도 있다. 남북문제의 해결도 지방시대에 맞게 추진하는 것이 마땅하다. 홍종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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