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는 덕(德)이 있는 노인을 고불(古佛)이라 했다. 조선조의 재상이었던 맹사성(孟思誠)과 최윤덕(崔潤德)은 검소하고 청렴해 그런 칭호를 받았던 인물이다. 고향에 가면서 말 대신 소를 타고 간 맹사성과 어머니 상(喪)을 당했을 때 말 한 필에 종 한 명과 초라하게 행차하다 개령에서 술취한 수령(守令)에게 봉변을 당할뻔한 최윤덕의 일화는 유명하다. 유호인(兪好仁)도 성종(成宗)이 이불 어피(御被)를 하사할 정도로 청렴한 인물이었다.
옛사람들은 치자(治者)들이 세금을 무서워할 줄 알면 백성은 부유해지고, 세금을 떡고물처럼 여기면 백성은 가난해진다고 했다. 난세를 불러오는 짓은 학정(虐政)이며, 백성을 굶주리게 하는 학정은 결국 폭정(暴政)으로 이어진다고도 했다. 세금을 고깃덩어리처럼 여기면 백성들은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며 가난한 삶을 떠맡을 수밖에 없어진다. 그렇게 되면 세상은 험악하고 캄캄해지고 만다.
국회 사무처가 또 말썽이다. 수억원의 예산을 들여 1년이 채 되지 않은 사무가구 등 의원사무실의 멀쩡한 집기를 일괄교체해 '혈세 낭비'라는 빈축을 사고 있다. 오죽하면 대부분의 의원들이 이에 대해 무감각하다고 사무처 관계자들이 거들고, 국회 내부에서까지 '예산 남용의 전형'이라는 비판의 소리가 나오겠는가.
국회가 '동네 북'처럼 사방에서 욕을 먹고 있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심지어는 할 일은 안 하고 아까운 세금만 축낸다는 비난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의원들에게 들어가는 돈만도 이래저래 합치면 무려 8천400억원이 넘으며, 국정의 발목을 잡는 '비생산성'까지 계산에 넣는다면 연간 조 단위의 국고를 쓴다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는 판이다.
여의도 의사당이 부지런을 떨고 국민들에게 귀감이 될 수 있어야만 한다. 바람직한 국정은 말할 것도 없지만 엄청난 예산이 들어간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국정을 맡은 분들이 '고불'의 경지에는 이르지는 못한다고 하더라도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자세를 보여주고, 돈값을 하기 위해서라도 아직도 정신을 못차리고 있다는 빈축에서는 자유로워질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이태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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