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성급한 결과보다 통일의 씨앗을

8, 9일 주한독일대사관이 주최하여 제주도 하이야트호텔에서 열린 언론인세미나에서는 남북 첫 정상회담(12~14일)에 맞추어 통독과정의 정치, 경제적 경험을 진솔하게 들을 수 있는 기회여서 여러가지로 소중했다.

"한국이 먼저 통일을 이룰 것"이라는 세계 각국의 예측을 깨고 우리보다 먼저 흡수통일을 이룬 독일연방공화국의 노하우는 무엇이었을까라는 것이 세미나에 참석하는 기자의 마음가짐이었다.

클라우스 휄리스 주한독일대사가 들려준 통독전 동서독 정상의 첫만남은 동반한 600여명의 내외신 취재기자들이 보기에 싹수가 노랗다고 여겨질 정도로 그 성과가 미미했다고 들려주었다.

부인 조차 동반하지 않고 전용 기차편으로 썰렁하게 회담장(동독의 에어후르트)에 도착한 서독의 브란트 총리(노벨평화상 수상)는 그곳에 운집한 동독 군중들의 연호를 애써 외면했다. 정상회담장도 이혼법정에 가까울 정도로 축제 분위기와는 딴판이었다. 동서독 정상들은 파혼 직전의 부부처럼 으르렁거리며 상대방에 대한 불만과 요구사항들을 뱉어낸 뒤, 두달 후 다시 정상회담을 연다는 합의만 만들어낸 채 헤어졌다. 그것뿐이었다. 겉보기엔 실패한 회담이었다. 하지만 단 한가지 동서독 정상들은 민족의 동질성을 확보하기위한 창구를 확보하는 면에서는 성공했다.

두달만에 열린 2차회담의 성과 역시 별로였지만 좀더 서로를 이해하려는 입장에 가까워졌고, 이런 발걸음들이 모여서 첫 정상회담이 열린지 20년만에 베를린 장벽은 무너졌다.

이제 종전 반세기만에 남북 첫 정상회담이 열리는 날이 불과 이틀앞으로 다가왔다. 어렵고 힘들수록 작은 물꼬부터 헤아리고, 성급한 결과보다 민족의 동질성과 통일을 향해 씨앗을 뿌리는 정상회담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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