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자족과 절제의 삶

요즘 우리는 참으로 풍족한 삶을 살고 있다. 거리마다 전화기를 귀에 대고 지나가는 사람들로 차 있고, 차도엔 또 얼마나 많은 자동차가 넘치는지, 아직 멀쩡한 휴대폰을 새 모델이 나오기 무섭게 바꾸기 일쑤며 자동차는 한 3년타면 싫증이 나고 고장도 날 때가 됐으니 새차로 바꿀 생각을 하지 않는가.

이사를 한번 하면 잘 쓰던 세탁기며 냉장고를 비용까지 들여가며 처분하고 모두 더 크고 좋은 것으로 사들이려고 야단이다. 그뿐인가? 식당이나 가정에서 나오는 음식쓰레기가 사회문제가 될 정도니 우리가 얼마나 풍족하고 많은 것을 누리고 사는지 짐작하고도 남는다.

그러나 이런 편리함과 풍요가 넘치는 사회에 살면서도 우리 주변엔 만족스러워 하는 사람을 좀처럼 만나기 어렵다. 돈 때문에 살인사건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경기가 좋지 않아 죽을 맛이라는 사람이 많다. 또 휴대폰이 잘 안 터지고 컴퓨터도 자주 탐이 난다. 뭐 하나 속시원히 제대로 돌아가는 게 없다. 있는 사람은 있는대로 없는 이는 없는대로 불만과 불평 투성이다.

그렇다면 이런 불평 불만을 해소할 방법은 없는 것일까? 그 해법으로 우리는 더 편리한 것을 더 많이 만들어 내면 되지 않을까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곰곰 되짚어 보자. 물질적 부유함속에서 상대적인 빈곤감때문에 고통스럽지는 않았는지. 첨단 기술의 편리함 속에서 오히려 더 쉽게 불편을 느끼지는 않았는지 말이다.

결국 우리가 해결책이라고 믿는 것은 이제까지 겪어왔던 전철을 그대로 답습하는데 불과하다. 우리는 앞으로 얼마나 더 속아야 이길이 우리가 가야할 길이 아님을 깨닫게 될까. 소유와 지배, 파괴와 소모의 끊임없는 굴래 속에서 우리의 미래는 비관적일 수 밖에 없다.

더군다나 제2의 경제대란이 다시 우려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요즈음이 아닌가. 자족하며 절제하며 조금만 더 이웃을 배려할줄 아는 삶, 그리하여 공존과 조화의 질서가 유지되는 삶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게 요구된다고 본다.

일송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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