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관심부분 허심탄회하게 대화

분단 55년만에 이뤄지는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이 이틀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김대중 대통령의'평양구상'이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일본 도쿄에서의 한미, 한일 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 주변 4대강국의 입장을 최종파악하고 사전조율한 이후에 더욱 구체화되고 확대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김 대통령은 이번 회담을 한반도문제 해결의 출발점으로 간주하면서 남북 당사자가 주도적으로 풀어나가야 한다는 원칙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9일 국무회의 석상에서 "분단 55년만에 처음 남북정상이 만나는 것이며 어떻게 보면 민족사에 길을 여는 획기적인 사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여러분들도 시야를 남쪽에만 고정시키지 말고 이제는 북에도 시야를 둬야 하며 남북이 서로 관심을 갖고 협의할 시대가 됐다"고 말했다.

김 대통령은 또"우리 민족에 대한 책임감, 남이 갈라놓은 55년의 분단, 전쟁, 긴장 등을 이제 우리 스스로 극복하고 민족사에 평화를 가져오도록 해야 한다"며 민족적 차원의 과제임을 강조했다. 한반도를 둘러싸고 남북당국을 포함,주변 4대강국 사이에 '신한반도 질서구조'가 태동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때와 맞물려 있어 주목된다.

김 대통령은 이처럼 민족개념과 남북 당사자 해결원칙을 고창하면서도 4대강국에 대한 배려입장도 견지하고 있는 듯하다. 그는 "이번에 하고 싶은 얘기를 서로 해서 서로가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 지를 알게 되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면서 허심탄회한 대화를 시사했다.

따라서 이번 회담에서 민감한 이슈라는 점에서 배제될 것으로 보였던 핵문제도 거론될 것으로 전망된다. 양영식 통일부 차관은 9일 "한반도 비핵화에 대해 92년 남북이 합의했기 때문에 이번에 원론적인 언급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이 최근 김 대통령에게 "남북정상회담에서 우리의 관심사항 (핵 및 미사일문제)을 잘 다루리라 믿는다"며 압박을 가한 영향이라는 추측이다.

김 대통령은 이번 회담에서 어느 정도의 가시적인 성과를 얻어내려는 구상도 갖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김 대통령은 정상회담 발표 당시에는 대규모의 북한특수 기대를 주장했다가 최근 만남자체에 의미를 두는 식으로 한 발 뺀 바 있다. 김 대통령은 이와 관련, "본격적으로 대화가 시작된다는 것은 중요한 변화"라면서도 "남북정상회담에서 진전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양 통일부차관도 "최소한 우리 국민이 이런 것 정도는 될 것이라고 기대하는 부분은 이뤄지도록 추진할 것"이라며 "특히 이산가족문제는 결정적 전기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산가족문제와 경제협력문제의 신축적 연계의사를 피력한 것이다. 李憲泰기자 leeht@ 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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