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제가 공동화(空洞化)되고 있다. 소비.향락산업은 IMF 한파속에서도 위축되지 않았지만 지역경제의 '허리'구실을 할 생산시설은 갈수록 줄고 있다. 최근 발표된 98년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에서 대구의 6년 연속 최하위 기록을 계기로 지역 경제의 현주소와 다른 시.도의 변신전략, 대구의 발전 가능성을 살펴본다. 〈편집자〉
"대구는 이미 사업지로서 매력을 잃은 도시입니다"
'대구의 사업환경이 어떠냐'는 질문에 유통업 등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 업종 경영자들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입지조건.정보 소외같은 약점들을 만회할 장점이 대구에 어디 있습니까"
대구에서 사업을 시작했다 최근 물류비 절감을 위해 본사를 인천으로 옮긴 철구조물 제조업체 대표 백모씨는 이렇게 반문한다.
백씨 경우처럼 공장이나 본사를 대구 이외 지역으로 옮기는 것은 지역 경제계에 보편화된 현상. 이는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98년 1인당 GRDP에도 잘 나타나있다. 대구의 1인당 GRDP는 587만3천원으로 서울.부산은 물론 후발광역시인 울산.인천.대전.광주에도 뒤졌다(표 참조).
대구거주 근로자가 경북 소재 공장에서 일해 재화를 생산하면 경북 수치로 집계되는 GDRP의 특성상 이같은 수치는 경기 자체보다 생산시설의 '탈(脫)대구'로 베드타운화.소비도시화 되고 있는 대구의 특성을 반영한다고 통계청 관계자는 지적한다.
그 배경에는 지역 경제의 구조적 문제점이 자리잡고 있다.
IMF관리 체제를 거치면서 지역 경제의 한 축이었던 건설업체가 몰락했고 여기다 98년 지역 중소제조업체 종사자가 생산한 1인당 부가가치는 3천939만6천원으로 전국 평균 5천183만7천원의 76%에 불과한 실정.
제일모직.코오롱.대한방직 등 섬유대기업들이 생산시설을 이전한 반면 정보통신 등 고부가가치 산업 유치에 실패, 이같은 현상을 부채질하고 있다.
98년 역내 5천800여개 중소기업 전체의 연간 생산액인 12조9천억원인데 비해 삼성전자 구미공장 하나의 올해 생산 목표액이 10조원인 것만 봐도 고부가가치 산업 유치의 중요성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지역 경제계에서는 기업 유치 등 대구시의 정책에 대해 냉소적인 분위기가 팽배해 있다. 계획만 있고 실천과 수확이 없다는 것이 문제의 핵심.
위천국가산업단지 조성 실패에서부터 구지공단 표류, 대기업 및 지역 연고 기업 유치 불발에 이르기까지.
용두사미격으로 끝난 정책이 한두가지가 아니라는 사실을 두고 일부 경제인들은 "최근 5년간 성공한 경제시책이 하나도 없다"는 극단적인 발언까지 하기도 한다.
다수의 금융기관 본사가 포진, 자금운용 측면에서 지역의 맹주 자리를 차지했지만 대동은행, 대구.경일종금이 문을 닫고 최근 영남종금까지 영업정지를 당하면서 금융 측면에서도 대구는 전혀 이점이 없는 도시로 추락하고 말았다.
만성적인 공업 용지난도 업체의 역외이탈을 부추기고 있다.
대구에서 경산 진량공단으로 본사를 옮긴 자동차부품업체 관계자는 "땅값만 70만~80만원 하는 곳에서 누가 사업을 하겠느냐. 그나마 대구에는 대형 용지도 없다"며 "지대가 20~30% 싸고 물류비도 적게 들어 진량공단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진량공단관리사무소에 따르면 입주업체중 대구에서 옮겨온 업체가 전체의 75%에 이를 정도. 값싼 땅을 찾아 구미.영천.칠곡.군위 등으로 떠나는 업체들도 줄을 잇는다.
인구와 도시 규모에 비해 지나치게 정실.인맥을 중시하는 대구의 전근대성도 경제발전을 막는 요인.
부산 출신으로 서울과 대구에서 사업을 했던 한 제조업체 대표는 "경쟁력보다 누구와 더 친한가, 누구에게 더 잘 보이는가가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되는 상황에서는 생산성이 높아질 수 없다"고 지적했다. 崔正岩기자 jeongam@imaeil.com 金嘉瑩기자 k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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