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법정관리 "관리" 안된다

IMF사태로 쏟아진 법정관리 및 화의 업체의 법원 관리 감독이 겉돌고 있다.이로 인해 갖가지 채무관련 특혜를 받은 법정관리 또는 화의 업체들 상당수에서 회사돈을 착복하는 비리가 속출, 채권채무 동결.채무상환기간 연장 등으로 권리행사를 제한당한 채권자의 피해, 경제구조 왜곡 등을 낳고 있다.

대구지법이 관리 중인 업체는 6월 현재 법정관리 34개, 화의 42개 등 모두 76개로, 회사정리 9개 업체를 제외하고는 모두 97년 말 외환 위기 이후 생겨난 부실업체들이다.

법원은 이들 업체에 대해 매월 한차례 회계보고서를 제출받아 채무변제 이행상태 점검을 포함, 회사운용 전반에 대한 관리 감독을 해야하나 전담 인력이 턱없이 부족, 회계 관련 실사는 엄두도 못내는 실정이다.

대구지법에 따르면 법정관리 및 화의 업체 전담 인력은 판사 3명, 참여 2명, 사무원 1명에 불과, 관리 대상이 소수였던 IMF 이전과 전혀 변동이 없는 상태다.

따라서 현재 법원에서는 법정관리 또는 화의 신청시 채권보전, 개시.인가 결정에 필요한 기본 서류 검토에 급급하는 형편이다.

이처럼 법원의 사후 관리가 사실상 불가능한 틈을 이용, 도덕적 해이에 빠진 법정관리인이나 직원들이 회사를 살리려하기보다는 회삿돈을 빼내가는 각종 범죄가 잇따르고 있다.

대구지검 조사부는 최근 법정관리 중인 (주)한신공영의 대구지하철 2호선 2-13공구 공사장 직원 김모(36) 대리가 공사대금 15억원을 빼돌려 해외로 도피했다는 고발장을 접수받아 수사를 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한신공영은 공사대금 관리 직원 1명이 1년여간 거액을 빼돌려도 이 사실을 몰랐고 직원이 해외로 도피한 다음에야 검찰에 고발했다"면서 "이는 법정관리 중인 업체에나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또 (주)에덴의 전 법정관리인 이모(44)씨는 이처럼 법정관리 업체의 허술한 관리를 노려, 선임 직전인 지난 97년 2월 구 사주에게 접근해 법정관리 인가를 받아 주겠다며 4억여원을 받아 챙긴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지난해에는 (주)선학알미늄의 법정관리인이 거액의 회삿돈을 횡령해 잠적했으며, (주)청구의 전 법정관리인도 비리 의혹이 일자 퇴진한 바 있다.

최덕수 대구지법원장은 이에 대해 "변호사, 공인회계사, 금융기관 유경험자, 상장기업 임원 출신 등 전문가 3~15인으로 구성하는 '회사정리 등 관리위원회' 신설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전문가들이 수시로 회계 실사 작업을 벌이는 등 체계적으로 관리를 하면 사고를 최소화하고 회사 경영을 간접적으로 도와 재기의 발판까지 마련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崔在王기자 jwchoi@imaeil.com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