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시형칼럼-인터넷 열풍-천재일우의 기회

인터넷 열풍이 불고 있다. 폭발적이다. 최근 외신잡지들은 한국의 인터넷 열풍을 경이적인 눈으로 보고 있다. 선두주자 미국을 추월할 것이란 성급한 전망도 나오고 있다. 폭발적인 증가 추세에서 세계 어디에도 그 유례가 없다는 것이다. 이런 외신 보도는 결코 과장이 아니다. 우리 자신 피부로 느끼고 있으며 어리둥절 놀라고 있다.

도대체 한국이 인터넷시대 혜성처럼 급부상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IMF를 겪으며 취업을 못한 젊은이들이 대거 인터넷 시장으로 몰린 것도 전화위복이랄까? 그 이유의 하나다. 하지만 보다 중요한 건 한국인의 기질이 인터넷 산업과 잘 들어맞기 때문이다.

지금까지의 산업사회 경제는 획일적인 상품을 대량 생산하여 싼 가격으로 내다파는 시장이었다. 여기엔 일본과 독일 국민성이 제일 적합하다. 질서정연하게, 시키는대로 순종하며 빈틈없이 철저하다.

개인보다 회사와 나라를 우선하는 의식, 협동, 단결…. 이런 기질이 그들로 하여금 소위 굴뚝경제를 이끌게 한 주역이 되게 한 것이다.

그러나 인터넷시대가 열리면서 미국이 단연 선두주자로 부상했다. 다양성, 개별성, 유연성, 기동성에서 미국을 따를 나라가 없기 때문이다. 그뿐인가. 겁없는 도전, 실험정신 등 '인터넷 기질'을 두루 갖추고 있는 나라가 미국이다. 그리고 한국이 선두 미국을 추월할 기세에 있는 것도 그 기질에서 딱 들어맞기 때문이다.

우선 우리의 '제멋대로'기질을 꼽지 않을 수 없다. 우리도 꽤나 획일적이고 집합주의적 기질을 갖고 있다. 그러면서도 묘하게 자기 색깔, 자기 개성을 고집하는 개성파들이다. 일사불란한 군사정권에 적응하면서도 또 한편 저항, 반발했었다. 권위주의적이면서 권위를 거부한다. 경직되어 보이면서 제멋대로 해버리는 유연성이 있다. 집합주의적이면서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해서 개인으론 우수한데 뭉치면 약해지는 징크스가 있다. 서로 잘났다고 고개를 쳐들기 때문에 뭉치기만 하면 싸움이요, 분열이다. 일사불란한 체제유지가 될 리가 없다.

생산라인에 질서정연하게 앉아 일하는 기질과는 거리가 멀다. 꼭 그래야 할 경우엔 잠시 개성을 죽이고 표면상 일시 적응을 할 뿐이다. 일본 정원은 질서정연하다. 하지만 우리 정원은 제멋대로다. 정원석도 다듬지 않고 생긴대로 턱 갖다 놓는다. 그래도 묘하게 전체적인 조화와 균형을 이루고 있는 게 우리다.

우린 셈을 해도 서너개쯤으로 대충한다. 엉성하다. 하지만 이런 여유와 융통성, 개성이 창의력의 바탕이 되는 것이다.

거기다 우리는 용감하다. 신중하지 못한 결점이 있지만 겁없이 도전한다. 생각이 떠오르면 곧장 행동으로 옮긴다. 그리고 급하다. 고속 인터넷이 200만개다. 미국을 앞지르고 있다. 지금 테헤란로에는 하루에도 수백개의 새로운 기업이 탄생하고 있다. 지금 거기엔 밤이 없다. 이렇게 서둘다보니 실패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인터넷은 시간과의 싸움이다. 순발력, 실천력이 생명이다.

지금까지 단점으로 지적돼온 우리 기질이 인터넷시대의 강점으로 각광을 받게 됐으니 우린 정말이지 시운(時運)을 잘 타고 난 것이다. 국운(國運)이 좋다고밖에 달리 할 말이 없다. 우린 지금 천재일우의 기회를 맞고 있다. 세계에 우뚝 설 한국의 세기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이 기회를 놓쳐선 안된다. 이 열기를 잘 뒷받침할 수 있게 정책도 나와야 한다. 전국민을 컴퓨터화 하기 위해 대입과목으로 지정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직장, 공무원, 인사고과에도 인터넷 실력이 반영되어야 한다. 우리 취약점이라면 40대 이후 중년세대의 인터넷 인구가 10%도 안된다는 사실이다. 정보 하이웨이 건설도 늦출 수 없는 과제다. 고속도보다 더 시급하다.

언젠가 우리는 세계 소프트시장의 선두주자가 된다. 우린 지금 그리로 가고 있다.성균관대 의대 교수.신경정신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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