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이상한 북의 정상회담 연기

12일께로 예정된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평양 방문 일정이 북한측 요청으로 하루 순연된 것은 무척 당혹스런 일이다. 북한측은 '기술적인 준비관계'로 회담을 하루 연기할 것을 10일 밤 늦게 통고 해왔고 우리 정부는 55년간도 참아왔는데 하루쯤 못참겠느냐며 이를 수용 했다는 것이다.

얼어붙은 남북간에 대화의 물꼬 트기를 기대하는 정부로서는 어쩔 수 없는 조처로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과거 북한측의 돌출 행동을 기억하고 있는 우리입장에서는 솔직히 이번의 북한측 연기요청을 두고 혹시 또 다른 '돌출'이 아닌가 싶은 의아감을 한번쯤 갖지 않을수가 없는 것이다.

북한은 지난해 남북 차관회의 일정을 잡아놓고 "비료를 약속대로 보내지 않는다"고 까탈을 잡아 회의를 무기 연기시키는 등 국제 외교 관례상 전례가 없는 돌출 행동을 두차례나 저지른바 있다. 그런만큼 정상회담을 앞둔 북한측의 느닷없는 연기 요청에 '또 왜 그러는가' 싶은 불안감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 할 것이다.

남북은 지난 4월초순 정상회담 개최에 합의한 이후 2개월동안 회담 성사를 위해 세심한 준비를 해온 만큼 회담 개최를 눈 앞에 두고 북한이 또 다시 '준비 부족'을 이유로 연기 요청을 했다는 것은 얼른 납득이 가지 않는다.

어찌보면 그보다는 일부의 지적대로 북한측이 김 대통령 일행의 방문 일정과 방문지, 참석자 등이 그대로 남한의 언론매체에 보도됨으로써 경호와 차질을 빚는다는 이유로 회담을 연기시켰다는 설명이 더욱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야당이 주장하는바 정상회담을 앞둔 '이면합의설'과 북한에 끌려다니는 굴욕 외교등의 발언이 일부국민들에게 그럴싸하게 먹혀들고 있는것도 따지고 보면 정부가 대북(對北)외교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는데서 비롯된다는 점을 다시한번 지적지 않을 수 없다.

남북정상회담은 민족사의 진운을 가름하는 역사적인 것이다.

때문에 우리는 남북이 성의껏 정상회담을 준비해온 것을 믿고 있고 또 양측 정상이 깊이 있고 우정어린 대화를 나눔으로써 좋은 결실을 맺기를 기대한다. 그런만큼 회담 30시간을 앞두고 전언문 하나로 일방적인 연기를 통고하는 북한측의 돌발행위를 결코 평안한 마음으로 넘길수만은 없는 입장인 것이다.

이번 회담 연기가 북측이 일부주장처럼 '이면 합의설'이행보장 등 저의를 갖고 벌이는 의도된 압력행위가 아니라 우리 요인들의 신변 보장을 위한 충정에서 비롯된 것이기를 새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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