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시론-남북회담 신뢰구축이 우선

2000년 6월 13일 분단 55년만에 남북정상회담이 이루어지게 됐다. 이는 김대중대통령의 대북(對北) 포용정책의 결실인 동시에 통일을 위한 모든 국민의 지속적인 노력의 결과이기도 하다. 특히 김대통령은 '남.북한간에 냉전적 대결구도를 해체하고 화해협력을 통해 남북관계를 개선하여 평화공존과 평화통일의 기반을 다지는 것'을 통일 철학으로 살아왔다.

대북 포용정책의 결과 현 정부가 들어선 이후 남북간의 교류.교역은 앞선 정권들에 비해 괄목할만한 증가를 나타내고 있다. 김대중정부 출범 이후 지난 2월까지 9천599명이 방북하여 지난 9년간 방북인원 2천582명의 3.7배에 달하고 있다. 금강산 관광사업도 금년 4월 7일 현재 430회 출항으로 21만명의 관광객이 다녀왔다. 99년 총교역규모는 3억3천400만달러를 넘어 1989년 남북교역 이후 최대 규모로 발전했다.

남북정상회담이 이루어지게된 원인은 북측이 경제난을 극복하기 위해 남북경협을 절실하게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경협의 내용으로서 북측은 비료지원, SOC지원과 함께 인터넷망 육성도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정상회담에서 우리정부가 바라는 바는 이산가족문제 처리, 경제협력을 통한 화해협력, 그리고 한반도의 평화보장이다. 그러나 한국내의 또다른 여론은 대한민국의 정체성 유지와 안보우선, 한.미.일 관계우선 및 대북상호주의에 더욱 역점을 둘 것을 주장하고 있다.

한반도에 적극적 관심을 갖고 있는 미.일.중.러 등 4강도 이번 정상회담에 각자의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누구보다 미국은 전통우방으로서 한반도의 통일을 바라고 있지만 '미국의 안보역할은 계속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리고 이번 회담에서 북측의 미사일문제.핵문제를 거론해 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주한미군문제는 다루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일본 또한 북측의 미사일 개발.배치.기술이전에 대한 문제에 커다란 관심을 갖고 있다. 중국의 장쩌민(江澤民)은 지난 5월말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회동에서 한반도의 안정이 중국의 국가이익과 부합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한.미관계에 대응하는 북.중관계를 설정하였다고 한다.

아울러 중국은 북측에 대해 '중국식 개혁.개방만이 살 길'이라고 권고하였다. 러시아는 '한반도의 안전보장문제는 단순히 남북간의 문제만이 아니며, 러시아 극동지역의 안보문제일 뿐만 아니라 러시아 전체의 안보와 직결된다'고 인식하고 있다. 특히 푸틴 러시아대통령은 북한을 가까운 시일안에 공식방문하는 계획까지 발표했다.

이번 정상회담이 국내외적으로 착종(錯綜: 여러 현상이 복잡하게 뒤얽힘)하는 이해관계의 면에서 보나 남북한 회담에 임하는 입장의 측면에서 보나 성급한 가시적 결과를 기대하기 보다는 오히려 통일을 향한 도정(途程)에서 양측 정상의 만남 자체에 그 의의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이 남북간의 신뢰를 촉진하는 계기로 만들어야 할 것이다. 신뢰구축과 협력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7.4남북공동선언과 91년 남북불가침선언을 확인하고 화해.불가침.교류협력 원칙과 상호체제 존중을 재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한반도 최대문제가 군사력 대치인만큼 군사부문의 신뢰관계가 구축돼야 할 것이다.

북측 언론매체에서는 금년 5월초 약 일주일간에 걸쳐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남북관계 개선 방안을 소개하고 해설강의를 실시했다. 그 주요내용은 남한 당국이 '외세에 의존하고 공조하는 입장에서 자주의 입장'으로 나갈 것, 남북사이의 정치적 대결상태를 해소할 것과 그러기 위해서 남측의 태도가 바뀌어야 한다는 점, 남한사회에서의 민주화 문제에 관한 것들로서 남북간의 입장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것은 북측이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주장해 온 3개 선행실천사항 및 3대 원칙과 함께 대남정책의 기본방향인 것처럼 보인다.

북측이 자신의 사정만을 들어 정상회담을 하루 연기한 것은 외교 의전상 이해하기 힘든 예외적 사건이다. 포츠담회담때 루스벨트.처칠.스탈린은 회담장 문을 누가 먼저 들어갈 것인가를 놓고 협의를 거듭하다가 결국은 문을 두 개 더 만들어 세 원수(元首)가 나란히 들어가도록 했다는 일화가 있을 정도로 국가원수의 의전은 중요한 것이고 그것은 바로 국가위신(National Prestige)에 관련되는 일이다.

두 정상의 만남만으로도 큰 의의가 있을 이번 정상회담이 조용한 가운데 내실있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기를 기원하며 통일의 디딤돌이 될 것을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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