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 피로하고 소화가 안되며, 빨리 걸으면 숨이 가쁜 40세 남성 환자를 진료한 적이 있다. 그는 결혼한 뒤부터 아랫배가 약간 나오기 시작했지만 대수롭잖게 여겼다고 했다. 170cm 키에 75kg으로 과체중이었고 허리 둘레가 35.4인치나 됐다.
검사 결과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이 정상치 보다 많았다. 지방간도 있었다. 전형적인 내장 지방형 비만이었다. 운동량 감소와 잦은 회식·음주로 복부 비만이 오면서 식후 소화불량과 호흡곤란 증세가 동반됐던 것이다.
흔히 말하는 뱃살은 피하 지방과 내장 지방으로 이뤄져 있다. 피하지방은 미용상의 문제일 뿐 건강에는 별 영향이 없다. 문제는 내장지방. 이것은 심각하고 때로는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한다. 고혈압 고지혈증 동맥경화 등 심혈관계 질환과 당뇨 지방간의 원인이다.
우리나라 사람들 중에는 서양인처럼 고도의 비만환자는 드물다. 하지만 성인병 유병률이 높은 것은 복강내 지방이 축적되는 내장 지방형 비만이 많기 때문이다.
복부비만은 남성과 폐경기 이후 여성에서 문제가 된다. 전산화 단층촬영으로 정확한 진단이 가능하지만, 배꼽 주위의 허리 둘레 측정으로도 간단히 알아낼 수 있다. 우리나라 사람에게 성인병 위험이 증가하는 허리둘레 기준점은 서양인에 비해 낮다. 남성은 84cm(33인치) 이상, 여성은 78cm(30.7인치) 이상이면 성인병 걸릴 위험이 증가한다.
45세 이상 남자, 흡연자, 음주자, 55세 이상 혹은 폐경기 이후 여성에게는 이 기준치에다 3cm를 더하여 적용하면 된다.
복부비만은 단순한 미용상의 문제가 아니다. 배가 나왔다고 생각되는 사람은 반드시 동반되는 질환이 있는지 검사를 받아야 한다. 적절한 식사요법과 규칙적인 운동으로 내장지방을 줄이는 것이 성인병을 예방하고 장수하는 지름길이다.
이근미 교수(영남대병원 가정의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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