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철환(全哲煥)한은 총재가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에 이어 한은창립 50주년 행사에서 향후 경제전망에대한 불안감을 표시하고 정부와 관련경제주체들의 적극적 대응을 촉구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지금까지 한은총재가 경제정책문제에 대해 대체로 침묵을 지켜온 선례에 비추어 이같은 경고성 메시지는 재정경제부 등 정부부처의 하반기 경제운영에 대한 사전 경고로도 볼 수 있다. 물론 그의 발언은 직접적으론 경상수지방어와 물가안정을 위해 앞으로 선제적 통화정책을 펴겠다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나 그가 정부와 경제주체들에 대해서도 기업및 금융구조조정에 대한 강도높은 경고성 주문을 하는 것은 한은의 통화정책만으로는 경제불안을 해소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한데서 나온 것으로 볼 수 있다.
전 총재가 향후 경제불안의 요인으로 물가불안, 경상수지 흑자폭 격감, 구조조정지연, 신용불안에 따른 금융시장경색 등 네가지를 꼽은 것은 처음 나온 지적이 아니다. 이미 많은 경제연구기관과 신용평가기관, 국제금융기구 등에서 우리 경제에 대한 여러 낙관론과 비관론을 엇갈리게 내놓고 있는 가운데 하나의 비관적 견해로 제기된 내용에 불과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전에 유사한 지적이 있었다해도 한은총재가 공식적으로 정부의 견해와 다른 입장을 밝혔다는 것은 심각하게 받아들여야할 것이다. 한은총재는 통화운용의 책임자로서 경제흐름을 누구보다 세밀하고 구체적으로 점검하는 입장에 있기 때문에 이전의 경고에 비해 더 신뢰성을 가진다고 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전 총재가 한은이 직접 대처할 과제는 물가 불안과 경상수지흑자폭 감소로 보고 금융시장의 경색을 해소하기위해선 기업과 금융구조조정을 신속히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은 정책당국이 명심해야할 것이다. 그동안 정부부처의 당국자들은 우리경제의 기초(펀드멘털)가 튼튼하기 때문에 별문제가 없다는 투였고 일부 외국기관에서도 이같은 주장을 뒷받침해 위기설의 실체를 부정했다. 물론 우리경제가 조그만 충격에도 주저앉을 정도는 아니다. 위기설을 너무 과장하는 것도 경제를 실제 이상으로 꼬이게할 수도 있다. 그러나 금융의 중개기능이 제구실을 못하면 실물경제가 무너질 수도 있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
정부도 구조조정의 시급성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그것이 인기없는 정책이고 벌써부터 이에대한 저항이 커지고 있어 정부의 의지가 후퇴할 가능성을 우려치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전 총재의 이번 경고는 정부의 구조조정 의지를 다지는 의미에서라도 겸허하게 받아들여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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