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대통령 방북 스케치

##인민문화궁전 만찬김대중(金大中) 대통령 내외는 13일 오후 7시10분 인민문화궁전에서 김영남(金永南)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초청으로 열린 만찬에 참석, 남북 화해를 축원했다남측 수행단 및 취재단 전원과 북측 주요인사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만찬은 2시간30여분간 우호적인 분위기속에 진행됐다.

김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안내를 받아 헤드테이블 중앙에 앉고 김 대통령 오른쪽에 김 위원장이 앉았다.

김 대통령은 감색 양복에 밝은 하늘색 넥타이를, 이희호(李姬鎬) 여사는 흰색바탕에 보라색 띠를 두른 한복을 입었다.

헤드테이블에는 김민하(金玟河) 민주평통 수석부의장, 김용순(金容淳) 아태평화위원장, 양형섭(楊亨燮) 최고인민회의 상임위 부위원장, 여원구(呂鴛九) 조국통일민주전선 서기국장, 장 상(張 裳) 이화여대 총장, 이해찬(李海瓚) 민주당 정책위의장, 이완구(李完九) 자민련 의원 등 남북 주요인사 18명이 나란히 앉았으며, 연회장에는 모두 37개의 테이블이 마련됐다.

김 위원장은 먼저 만찬에서 "나라의 통일을 위해 우리는 너무도 오랜 세월을 보냈다"며 "이제 우리들은 자신들 힘으로 통일과 번영의 21세기를 열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김 대통령의 이번 평양방문이 비록 짧은 일정이지만 편안한 마음으로 유서깊은 평양 모습과 분위기도 익히면서 공동 관심사인 나라 통일을 위해 의의있는 시간을 보내기 바란다"며 자주적 평화통일과 김 대통령 내외의 만복, 남측손님과 참석자의 건강을 위해 건배를 제의했다.

김 대통령은 옆자리의 김 위원장과 이 여사 등과 잔을 부딪힌 뒤 참석자를 향해 잔을 들었다.

김 대통령이 북측 환대에 대한 감사로 답사를 시작하자 참석자들은 박수로 화답했다.

김 대통령은 "이토록 지척에 같은 동포가 살고 있는데 여기 오기까지 참으로 긴 세월이 필요했다"며 "이번 방문으로 7천만 민족이 전쟁의 공포에서 해방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김 대통령은 강한 목소리로 "힘과 마음을 합치면 하늘도 이긴다는 말이 있다. 민족을 하나로 모은다면 이루지 못할 것이 없다"며 건배를 제의했다.

북측 참석자 중에는 남측에도 잘 알려진 여자 마라톤 선수 정성옥, 영화 '임꺽정'의 주인공 최창수씨 등 인민배우, 북송된 이인모 노인의 딸 이현옥씨 등이 눈길을 끌었다. 정선수는 김운용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과 사진을 찍기도 했다.

이날 식단은 칠면조 향구이, 생선수정묵과 냉채, 삼지연 청취말이쌈, 쑥송편, 약밥, 쇠고기굴장즙, 칠색송어구이, 잣죽, 백두산들쭉크림, 인삼차 등 모두 15가지로 이뤄졌다. 이중 메추리완자탕인 '륙륙날개탕'은 김정일(金正日) 위원장이 당초 예정된 6월12일 남북정상회담을 기념하기 위해(6+6=12) 직접 이름을 지은 요리로 알려졌다.

음식이 나오는 동안 만찬장에는 '반갑습니다', '고향의 봄', '휘파람' 등 귀에 익은 배경음악이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평양온반 맛있었다"

김 대통령은 13일 낮 백화원영빈관에서 김 국방위원장과의 정상회담을 마친 뒤 전금철 아태평화위원회 부위원장의 안내를 받아 이틀밤을 묵을 영빈관내의 숙소에 도착했다.

김 대통령은 숙소에 설치된 TV로 서울에서 중계된 정상회담 뉴스를 시청한 뒤 점심식사를 했다.

김 대통령과 부인 이희호(李姬鎬) 여사가 함께 한 점심식사에는 깨즙을 친 닭고기와 생선전, 남새튀김, 청포종합냉채, 설기떡, 풋배추김치, 평양온반, 맑은국, 쏘가리깨튀기, 옥돌불고기, 새우남새볶음, 과일, 밤정과, 인삼차 등이 나왔다.

박준영(朴晙瑩) 대변인은 김 대통령이 식사후 "북측이 준비한 음식이 정갈하고 정성들여 만들었다는 것을 느낄수 있었다"면서 "음식이 맛있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김 대통령은 특히 닭국물에 밥을 말아서 만든 평양온반이 맛있었다면서 "아주 담백하고 좋았다"고 평했다.

##南北 1차 정상회담

김 대통령과 김 국방위원장은 오전11시45분쯤 같은 승용차를 타고 백화원영빈관에 도착했으며 김 위원장은 차에서 내린 뒤 영빈관 입구에 잠시 서서 뒤차로 도착한 이희호(李姬鎬) 여사에게 먼저 들어갈 것을 권하는 등 각별히 예우했다.

김 대통령 내외는 숙소 입구에서 보라색과 주홍색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북한여성들로부터 "반갑습니다"라는 인사와 함께 꽃다발을 건네받고 환한 표정을 지었다.이어 김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파도치는 바다그림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촬영했으며, 김 대통령은 이때 남북한 사진기자들에게 "잘 찍으세요"라고 말하는 등 여유를 보였다.

김 위원장은 김 대통령과의 사진촬영이 끝나자 곧이어 이 여사도 함께 사진찍을것을 권유하며 김 대통령 내외와 사진을 찍은 뒤 큰 목소리로 "장관들도 같이 합시다"라고 제의, 수행원들과도 기념사진을 찍었다. 김 위원장은 또 "김용순 위원장은 어디에 있어"라며 김 조선아태평화 위원장을 불러 김 대통령 내외, 공식 수행원과함께 다시 한번 포즈를 취했다.

김 위원장은 사진촬영이 모두 끝나자 김 대통령 내외와 공식 수행원들에게 "감사합니다"라고 말하고 김 대통령 내외와 공식수행원들을 접견실로 안내했다.

접견실에서 김 대통령은 김정일 위원장이 공항까지 마중 나오는 등 대대적으로 환영해준 데 대해 "감개무량합니다"라고 감사를 표했다.

김 위원장은 김 대통령 및 공식수행원들과 환담하면서 "절대 섭섭지 않게 해줄테니 염려하지 마십시오"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데 2박3일동안 (세계에게) 대답을 줘야 합니다"라고 말하는 등 시종 자신감 넘친 어조로 분위기를 주도했다.

김 위원장은 이따금씩 농담도 건넸다. 그는 이날 낮 12시40분쯤 상봉 및 1차 회담을 겸한 만남을 마치고 접견실에서 나와 김 대통령 및 공식수행원들에게 "잘 편히 지내시기 바랍니다"라면서 떠나기에 앞서 일일이 악수를 하는 과정에서 안주섭(安周燮) 경호실장을 보자 "걱정하지 마십시오"라며 웃음을 유도했다.

특히 이날 북측은 상봉을 겸한 1차 회담 시작부터 거의 끝날 무렵까지 남측 공동취재단 기자들에게 공개하는 '파격'을 보여줬다.

##북측 파격적인 예우

북한의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이 13일 오전 평양 순안공항에 직접나와 김 대통령을 영접하고, 의장대 사열 행사를 마련하는 등 김 대통령에 대한 북한의 파격적인 예우가 관심을 끌고 있다.

북한은 이날 김 대통령을 위해 인민군 육.해.공군으로 구성된 의장대의 사.분열행사를 개최한데 이어 순안공항에서 백화원영빈관까지 40여분동안 김 대통령과 함께 차량에 동승하는 등 '손님'에 대해 최대한의 배려를 아끼지 않았다.

특히 김 위원장이 외국 국빈을 공항에서 직접 영접하기는 이번이 처음으로 북한의 이같은 태도는 향후 회담의 전도 뿐아니라 한반도 평화체제 정착에 상당한 밑거름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북측은 전반적으로 외국의 국가 원수 방문 이상의 수준에서 의전행사를 마련했지만 민족 내부의 특수관계를 고려해 상당히 절제한 흔적도 엿보인다. 북측은 통상외국의 국가 원수가 방문할 때 의장대 사열과 분열은 물론 21발의 예포발사와 함께 양국 국기를 게양하지만 이번에는 후자를 생략했다.

또한 두 명의 화동이 환영의 꽃다발을 증정할 때도 통상적인 관례와는 달리 김 위원장은 빼놓고 김 대통령 부처에게만 전달함으로써 눈에 보이지 않는 세밀한 구석까지 치밀히 배려하는 '극진한 예우'를 느끼게 했다.

북한이 김 대통령을 위해 의장행사를 개최한 것은 남북관계 측면에서 상당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다시말해 그동안 묵시적으로 '특수관계'로 인정돼온 남북관계가 남북한 정상이 참여한 공개적인 의장행사를 개최함으로써 국가대 국가 관계로 새롭게 규정되는 사례로 평가된다.

이밖에 김 위원장이 백화원영빈관까지 동승한 차량에서 김 대통령과 상당한 대화를 나눈 것도 주목된다. 두 사람만의 공간이기 때문에 외부에 공개되기 어려운 문제를 끄집어 냈을 것이란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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