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첸 내전이 새로운 양상으로 접어들고 있다. 체첸반군이 '자살 폭탄 테러'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동원, 점령군인 러시아군을 괴롭히기 시작한 때문이다.
체첸전쟁 6개월만인 지난 2월 체첸 수도 그로즈니 점령을 계기로 당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권한대행이 '체첸전 승리'를 선언했지만, 사실상 골치아픈 진짜 전쟁(?)은 이제부터 시작인 셈이다.
체첸반군의 전술변화는 이달 8일 체첸 여전사의 '자살 폭탄 공격'으로 세계의 주목을 받게됐다. 22세의 여성 칼라 바라예바를 포함한 체첸 돌격대 2명이 트럭에 고성능 폭탄을 가득실은 채 그로즈니 인근에 주둔한 러시아 최정예부대인 내무부 소속 특수경찰 기지로 돌진, 자폭한 것이다. 이 공격으로 러시아군은 27명이 숨지고 수명이 부상당하는 피해를 입었다고 체첸반군측은 주장했다.
그러나 더 큰 관심은 자살폭탄 공격에 참여한 젊은 여성 칼라 바라예바가 바로 유명한 반군지도자 아르비 바라예프의 사촌이라는 사실. 바라예바는 자살공격에 나서기 직전 '알라의 이름과 체첸민족의 자유를 위해 기꺼이 죽을 것이다'고 말했다고 체첸반군 대변인 우두고프가 전했다. 그녀의 뒤를 이어 목숨을 아끼지 않는 자살공격이 잇따를 것임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우려는 현실로 나타났다. 11일과 12일 그로즈니 인근 러시아군 검문소를 목표로 한 자살폭탄 공격이 두차례 계속돼 점령군을 긴장시켰다. 트럭에 폭탄을 실고 자폭하는 방법은 바라예바의 경우와 똑같았다.
또 12일 그로즈니 동쪽 13km 떨어진 아르군에서는 체첸반군과 러시아군 사이에 치열한 교전이 벌어져, 러시아군이 지원군과 헬기를 급파하는 등 곤욕을 치렀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체첸에 대한 직접통치를 선언하고, 12일 친 러시아계 종교 지도자 아흐마드 하드자 카디로프를 새 체첸정부 수반으로 임명했지만 '러시아와 체첸'의 갈등은 전혀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1994년 1차 체첸전쟁때 러시아는 침공 21일만에 그로즈니를 함락시켰지만, 체첸군의 끈질긴 저항으로 5천명의 사상자만 낸 채 1996년 8월 철수하는 치욕을 겪었었다.
石珉기자 sukmi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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