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 영접을 나온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과 두손을 맞잡았다. 이처럼 두손을 맞잡고 흔들며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누면 될 것을 55년을 그리도 돌아돌아 이제서야 남과 북의 상봉이 이뤄졌단 말인가. 남과 북의 정상이 만난 13일 오전의 그 장면은 서울도 평양도 한 마음이 되고 남북이 한 동포임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북한측에서는 예상을 뒤엎고 김 위원장이 직접 영접 나오고 의장대가 사열식을 갖는 파격의 예우를 했고 수십만 평양 시민 또한 '김대중'과 '김정일'을 연호하며 열렬히 환영했다.
김위원장은 공항에서 관례를 깨고 김대통령의 숙소인 백화원영빈관으로 가는 차에 동승, 약 1시간동안 첫 정상회담을 갖는 '성의'를 보였고 영빈관에 도착해서는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그에 대한 대답을 해줘야 한다"고 김대통령의 방북을 환영했다. 우리는 이러한 북한측의 기대밖의 열렬한 환영으로 미루어 이번 회담이 '단순히 대화의 물꼬를 튼다'는 상징적인 의미뿐 아니라 실질적으로도 이산가족문제 등 큼직한 현안 문제에 대한 합의도 가능하다는 희망마저 갖게도 된다. 어쨌든 우리는 양측 정상이 앞으로 남은 일정동안 마음을 터놓고 민족의 어제와 내일을 논의하고 반세기 동안 쌓인 반목과 불신을 씻어내고 신뢰의 바탕을 구축하게 되기를 희망한다.
우리는 김대통령이 평양 도착 성명에서 밝힌 것처럼 이번 정상회담이 "남과 북 우리 동포 모두가 평화롭게 잘 살수 있는 평화의 길을 모색하는 지름길"이 되기를 염원한다.
물론 오랫동안 동떨어진 삶을 살아온 두 나라가 하루 아침에 화해하고 믿음을 주기는 어렵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북한은 정상회담을 앞두고 환영은 열렬히 해놓고 회담은 냉정하게 한다"고 지적, "성급한 낙관론이나 과잉기대를 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당연한 지적이다.
김대통령과 정부 관계자들은 지금처럼 열광한 분위기에 편승치 말고 끝까지 냉철한 자세로 모처럼의 남북정상회담을 이끌어 주기 바란다. 특히 김대통령은 방문길에 오르며 밝혔듯이 "민족을 향한 뜨거운 가슴과 현실을 직시하는 차분한 머리로" 남북문제를 다루기를 거듭 당부한다.
지금 세계는 남북이 화해하고 공존공영의 길을 모색하는 역사적 순간을 지켜보고 있다. 남과 북이 허심탄회 하게 민족이 공영하는 대화의 길을 모색한다면 7천만 겨레가 웅비하는 새 역사가 펼쳐질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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