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평양에서는 우리 민족의 역사가 새롭게 다시 씌어지고있다. 분단 극복을 위한 역사적 남북 정상회담이 시작되면서 제주도에서 백두산까지 한반도 전역에는 벅찬 감동이 물결치고있다.
어제 김대중 대통령이 탑승한 특별기가 평양 순안공항에 내리던 순간 예상치 못했던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공항 직접 영접은 한편의 드라마처럼 감탄사를 자아내게 하며 7천만 겨레의 가슴에 깊이 각인됐다.
뜨거운 환영, 세심한 배려, 최상의 예우. 마치 허를 찌르는듯한 북측의 융숭한 영접은 만나면 이렇게 가까워질수 있구나 하는 사실을 새삼 느끼게 하기에 충분했다북측을 보는 우리 국민의 시각이 정상회담 이전과 이후가 완전히 달라질 정도로 공항과 연도 환영행사의 효과는 컸다.
이제까지 우리는 북한주민들의 일사불란하면서도 조직적인 집체행동을 사회주의 일당독재 체제의 집단최면으로 여기면서 일종의 섬뜩함마저 느껴왔다. 그러나 똑같은 집체행동이 우리대표단에 대한 환영으로 나타나자 그같은 느낌은 희석되고 성대한 대접을 받은 느낌만 남는 것은 하나의 아이러니가 아닐수 없다.
마치 연출과도 같은 북측의 치밀한 사전준비는 한순간에 그들에 대한 우리의 인식을 바꾸어 놓을 수 있을 정도로 위력을 발휘한듯 하다.
그들의 손님 대접과 동포에 대한 정을 폄하하자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파격적 영접 한번만으로 우리의 생각이 달라질 수 있다면 우리가 너무 순진한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솔직히 떨칠 수 없다.
김 대통령은 평양 도착성명을 공항에 환영나온 북한 인민들을 상대로 발표할 기회를 갖지 못했다. '남측 대표단의 이번 평양방문으로 온겨레가 화해와 협력 그리고 평화통일의 희망을 갖게 되길 바란다'는 요지의 성명은 숙소인 백화원영빈관에서 대변인 발표형식으로 이뤄졌다.
또 공항에서 영빈관까지 가는 차에 양정상이 동승해 적지않은 대화를 나눈것으로 이해는 되지만 공식 1차 정상회담은 불과 27분만에 끝났다. 중국 신화통신의 기자는 '첫번째 만남은 회담이라기 보다는 환담의 성격이 강하다'고 논평했다.
방북일정의 철저한 비공개도 아쉬움을 주는 대목이다. 물론 북에는 돌출행동의 가능성이 있는 극좌 군부 강경세력이 있을 수 있고 우리사회에도 민족의 비극 6.25를 일으킨 북한 집권세력을 아직 용서하지 못하는 전쟁의 직접 피해당사자들이 적지않다.
경호 등 이러저러한 사정을 이해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북측의 지나친 보안요구에 아직은 이것이 한계인가 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국민들은 이번 정상회담과 관련 시작이 절반이라는 말처럼 우선 남북이 만나는 것 자체에 의미를 두고있다. 우리 정부의 견해도 마찬가지다.
분단 반세기가 넘게 이념적으로 대립해온 남북의 정상이 서로 손을 맞잡았다는 사실은 그자체로 민족사에 남는 하나의 사건이다.
양정상이 평양에서 악수 한번 하는데 55년이 걸렸지만 이번 정상회담은 국민들에게 통일이 불가능한 것이 아니라는 확신을 심어준것 만으로도 성과는 엄청나다.남북정상회담은 통일과정을 일반 국민들의 눈에 보이게 가시화하는 과정일수도 있다. 그렇지만 아직까지는 모든것이 불확실한 상태다. 오늘 2차 정상회담이 끝난 뒤거나 아니면 내일 우리대표단이 서울로 돌아올 즈음이라야 회담성과가 정리될것으로 보인다.
국민 모두의 기대에 걸맞게 이번 회담의 후속조치로 구체적 경협확대 방안과 함께 더이상 미룰 수 없는 이산가족상봉을 실현시키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서울방문을 이끌어내 남북 정상간 대화를 정례화할 수 있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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