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윤의근-신암교회 목사)

며칠전 삼다의 섬 제주도엘 다녀왔다. 언제나 그랬지만 바다는 그 특유의 냄새와 물 놀림으로 일상의 긴장에서 우리를 자유롭게 풀어주고 있었다. 눈이 시리도록 길다란 수평선, 바위에 부딪쳐 하얀 상처를 내고 으스러지는 파도의 거품들이 시원했다. 더욱이 우리를 시원케 해주는 갈매기의 날개에서 초여름의 더위를 잊을 수 잇었다.

푸른 파도 위를 나는 갈매기를 보면서 오래 전에 나온 리처드 바크의 '갈매기의 꿈'이 생각났다. 다른 모든 갈매기들이 오직 먹고산다는 것만을 위해 여기저기를 날아다녔지만 주인공 갈매기는 먹기 이전에 '나는 것 자체'에 더욱 보람을 느끼는 갈매기였다. 그의 소망은 오로지 어떻게 하면 더 빨리, 더 높이, 그리고 얼마나 멋지게 나느냐에 있었다. 다른 갈매기들의 비난과, 끝내는 자기가 속해 있는 갈매기떼로부터 추방을 당했지만, 그는 매일 하늘을 나는 비상능력을 향상시켰다. 드디어 그는 갈매기들의 한계를 넘어 자유 자재로 비상할 수 있는 경지에 이르렀다. 그 속도는 힘이었고 기쁨이었고 그리고 순수한 아름다움이었다.

오늘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대는 삶의 의미를 상실하고 빵 조각이나 얻으려고 왔다갔다하는 갈매기떼와 같음을 본다. 돈과 허세에 사로잡혀 우리가 날아야 할 하늘을 잊고 있는 것이 오늘의 인간상이 아닌가. 물론 빵(물질)이 필요 없다는 것이 아니라, 빵은 기껏해야 이차적으로 중요한 것이지 결코 첫째가 될 수 없으며, 생의 더 높은 목적을 위한 수단에 불과한 것이다. 배만 부르면 만사가 어떻게 되든 알 바 아니라는 식의 태도는 인간을 동물의 상태로 끌어내리는 결과밖에 되지 않는다.

높은 목적에, 가치 있는 대상에, 뜻 있는 일에 나를 바치고 헌신하고 봉사할 때 우리는 인생의 보람을 느낄 수 있다. 갈매기의 꿈을 실현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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