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감동과 흥분을 몰고온 남북 정상의 만남은 이틀째 온 국민을 TV와 신문 앞으로 묶어 놓았다.
반세기 동안 적대관계를 일단 접고 남과 북이 서로의 마음을 여는 그 순간, 한반도에 몰아친 충격과 환호는 온 국민의 일상생활을 일시 중단시킬 정도였다. 가정에서는 물론 직장, 학교, 거리까지 하던 일을 멈추고 역사적인 현장을 지켜보며 모두가 감격하고 한편 당혹스러워했다.
특히 그간의 베일을 벗고 생생한 육성까지 실어 안방에 날아든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모습을 보고 시민들은 깊은 관심과 호기심을 나타냈다.
삼성생명의 김병구(36)씨는 "남북정상이 손을 맞잡는 장면이 너무 보기 좋아 하루종일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면서 "직장의 동료들이 모여앉아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인물평가와 통일에 대한 얘기를 하며 하루를 보냈다"고 전했다.
대구시내 중.고교에서는 이날 오전 대부분 수업을 잠시 중단하고, TV를 시청하면서 교사, 학생 모두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한 중학교 윤리교사는 "수업보다는 역사적인 장면을 지켜보는게 학생들에게 훨씬 더 도움이 됐으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남북 정상이 만나던 그 시간, 동성로 등 대구시내 번화가에는 시민들의 발걸음이 뚝 끊겨 한산한 모습을 보였고, 수성구 지산동 등 일부 상가에서는 남북정상회담을 마치 국경일로 인식한 듯 태극기를 내거는 모습도 보였다.
중구 계산동의 한 이발소 주인은 "손님들이 남북정상회담에 정신이 뺏겨 오늘 하루 장사가 안된다"면서도 싫지 않은 듯한 표정을 지었다.
시민들과 학생들 사이에서는 하루종일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 흘러나왔으며, 일부에선 얼마전 다녀간 평양교예단 방문시 방송을 통해 접했던 '반갑습니다'라는 노래를 흥얼거리기도 했다.
이날의 감동은 저녁 늦게 까지 이어져 술집, 음식점 등을 찾은 시민들의 주 화제는 한결같이 남북정상회담이었다. 손님들 중에는 낮에 몇차례나 봤던 TV를 또 다시 보면서 역사적인 사건에 대해 자기 나름의 분석을 곁들여 열띤 토론을 하는 모습이 많았다. 중구 계산동 ㅅ식당에서 회사동료들과 회식을 하던 최명수(39. 달서구 이곡동)씨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이제까지 알려진 것과는 달리 예의가 바르고 국제적 감각을 갖춘 지도자라는 인상을 받았다"면서도 "평양 환영인파들의 광신적인 연호 등을 볼때 북한이 통제된 사회의 단면을 드러내는 듯해 안타까웠다"고 했다.
특히 이례적으로 공항까지 영접나온 김정일 위원장에 대한 호기심이 단연 화제였다. 그동안 우리 TV에 간간이 자료사진으로 비친 김 위원장은 어딘가 고압적이고 신경질적인 모습처럼 보였으나 이날의 모습은 달랐다. 상당히 활달하고 예의바른 제스처에 파격적인 언동이었다고 시민들은 평가했다. 김일성 배지를 뗀 점퍼스타일 복장, 굽높은 구두, 고수머리 헤어스타일, 선글라스형 금테안경, 거침없는 걸음걸이 등도 하나같이 관심거리였다.
일본인 테즈카 카즈요(24.여.계명대 교환학생)씨는 "분단의 원인이 일본의 잘못에 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아팠는데 정말 잘된 일"이라며 "이번 남북정상회담이 첫걸음이 되어 통일을 이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회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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