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5 남북공동선언 이후 급속히 번지는 이데올로기 혼란속에 공안당국이 심각한 고민에 빠져 있다.
검찰과 경찰은 남북화해무드와 국가보안법 개정 움직임이라는 현실에 떠밀려 엄연한 실정법 위반의 이른바 보안사범을 눈앞에 두고도 사실상 손을 놓은 채 공권력의 행사 범위에 대해 곤혹스런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로 인해 일부에서는 북한체제 찬양, 무분별한 통일논의 등 각종 부작용이 한꺼번에 터져나와 오히려 남북간 화해분위기를 해치고 국가안전망까지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경북대 사범대학생회가 지난 12일 교내에 내건 150개의 인공기가 일주일 가까이 나부끼고 있고 영남대총학생회도 14일 자신들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태극기와 인공기를 그려넣고 북측식으로 '환영 남북최고위급 회담'이라 표현한 글귀가 그대로 실려있다.
대구경찰청은 학생들과의 마찰을 피해 인공기 자진철거를 구두 요청만 해놓고 있는 소극적 대응 상태이며, 학생회는 "인공기게양을 실정법 위반으로 규정한 국가보안법의 철폐가 오히려 더 급하다"면서 향후 대대적인 인공기 게양행사를 계획하는가 하면 국가보안법철폐운동을 강화할 것을 밝히는 등 공세적인 입장이다.
또 한총련 인터넷홈페이지와 천리안 등 PC통신에는 '김정일위원장은 빛나는 민족의 지도자' '김정일위원장에게 선물보내기 운동을 벌이자' 등 '보안법 위반' 주장이 버젓이 등장하고 있다.
공안당국은 이적단체로 규정한 한총련 활동혐의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놓은 대구경북지역 대학생 12명에 대해서 최근의 사회분위기를 감안, 검거를 서두르지 않고 자진출두 등을 유도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지검의 한 관계자는 "대검으로부터 국가보안법 개정논의에 대한 함구령과 함께 국가보안법을 탄력적으로 운용하라는 지침이 내려온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이렇게 되면 인공기게양 등에 대해 국가보안법상 고무·찬양죄를 적용할 수 없게 돼 국가보안법은 유명무실한 법률로 전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현상에 대해 한 대학교수는 "현재 사회분위기에 비춰 국가보안법의 개정 내지 폐지가 불가피하다"면서도 "아무런 견제장치 없이 북한체제 찬양 등 돌출행동이 쏟아진다면 보수층을 자극, 오히려 남북화해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朴炳宣기자 l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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