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한 초등학교 어린이들에게 들려준 이야기다. "휴전선 너머 저쪽 북한 땅. 작은 개미나라에는 돌돌이와 짝순이라는 꼬마 개미가 살고 있었다. 어느 여름, 그 개미나라에 비가 많이 와서 먹을 것이 모두 떠내려 가고 말았다. 먹을 것을 구하러 다니다 지친 개미들은 마음껏 날아다니며 춤추는 나비들을 보고 부러워했다. 날개만 있다면 남쪽과 북쪽을 오가며 배고프게 살지 않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 마음을 읽은 나비가 남쪽 개미들에게 전갈을 보냈다. 배고픈 북쪽 개미들에게 먹을 것을 어떻게 전해줄까 걱정하던 남쪽 개미들은 남에서 북쪽까지 한줄로 길게 줄을 늘어서 사랑의 띠를 만들기로 했다. 손에 손을 거친 식량은 북쪽 개미들에게 쉽게 전해졌고 지금도 남쪽 개미들은 북쪽으로 북쪽으로 먹이를 나르고 있다"고….
전교생을 다 모아도 보통초등학교의 1학급 어린이 수에도 미치지 않는 낙산초등학교에는 35명의 어린이들이 있었다. 교장선생님을 포함해 교직원 5명인 작은 학교. 처음 운동장에 들어섰을 때 하늘의 품에 폭 안겨있는 그 다정스런 정경에 "너무 좋다"며 우리는 탄성을 질렀다. 그러나 본관의 출입구를 찾는 일은 어려운 일이었다. 교무실을 가로질러야 복도를 만날 수 있는 학교를 그 때까지 본 적 없었기 때문이다. 출퇴근길에 아이들의 일기장에서 부터 잡다한 일거리를 안고 다녀 보따리 선생님이라 불리기도 하는 교장선생님을 만나고서 아담한 학교에 대한 우리들의 수다가 부끄러워졌다. 교감은 물론 기능직 한 사람 없는 터라 선생님들은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 외에 잡다한 업무는 물론 복도의 거미줄 터는 일까지 그들의 몫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어린이와 함께 동극을 보면서 눈시울을 적시던 한 선생님은 공연이 끝난 후 선생님 배역을 맡았던 사람을 살며시 부르더니 "주인공 맡은 종구 맛있는 거 좀 사 주시이소"하며 만원짜리 지폐 한 장을 손에 쥐어주고 가셨다. 흔하지 않은 일이었다열악한 교육 환경 속에서도 어린이와 함께 하는 교사의 마음이 전해진 것일까? 해야할 일을 묵묵히 실천하는 성실하고 미더운 스승의 모습속에서 어린이는 색동빛으로 이어지는 사랑의 띠를 이어가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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