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블랙홀 빛마저 삼키는 우주의 심연

한 줄기 빛조차 빠져나올 수 없는 어두운 구멍. '블랙홀(Black Hole)'만큼 신비에 쌓인, 그러면서 동시에 상상을 자극하는 천체가 우주 공간에 또 있을까. 시간여행이 가능하리란 상상과 물리학의 오랜 숙제인 통일장 이론의 해법을 담고 있으리란 막연한 기대감까지. 블랙홀이 인류 역사에 처음 등장했던 때는 18세기 후반. 당시엔 '빛이 탈출할 수 없는 천체'로 불리다가 1969년 물리학자 존 휠러가 블랙홀이란 이름을 붙였다. 블랙홀로 명명되기 전까지 이 미지의 천체는 '검은 별', '얼어붙은 별', '붕괴된 별' 등의 이름으로 불리었다.

공상과학 소설에 종종 등장하는 블랙홀은 주변의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괴물에 비유된다. 그럴 일도 없겠지만 만약 태양이 블랙홀이 된다면 주위의 행성들을 모두 빨아들이지 않을까 걱정할 필요는 없다. 블랙홀에 대한 잘못된 인식 중 하나가 주변의 모든 것을 먹어치운다는 것이다. 블랙홀이 만들어내는 이상한 효과들은 아주 가까이 접근했을 때 벌어지는 것이며, 충분히 멀리 떨어져 있는 물체가 받는 중력은 별 차이가 없다.

블랙홀의 존재는 1915년 발표된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 이론 방정식을 통해 예견됐다. 이를 통해 블랙홀의 이론적 실체를 밝혀낸 것은 독일의 물리학자 슈바르츠실트였다. 1916년 슈바르츠실트는 회전하지 않는 천체에 일반상대성 이론을 적용, 유명한 '슈바르츠실트 풀이'를 만들어냈다. 일정한 질량을 가진 천체가 특정 크기보다 작아질 경우 중력이 엄청나게 커져 빛조차 빠져나오지 못한다는 것. 이때 특정 크기를 '슈바르츠실트 반지름'이라 부른다. 태양은 3km, 지구는 1cm로 짜부라지면 블랙홀이 될 수 있다.

회전하지 않는 블랙홀은 '슈바르츠실트 블랙홀', 회전하는 것은 '커 블랙홀'로 불린다. 주창자의 이름을 따서 붙인 것이다. 과학자들은 수년 내에 블랙홀의 사진을 찍는 것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본다. 빛이 빠져나올 수 있는 한계점인 이른바 '사건의 지평선(Event Horizon)' 안쪽의 검은 부분을 고해상도 망원경을 통해 촬영할 수 있다는 것. 이밖에 블랙홀의 실체를 밝혀낼 첨단 기법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金秀用기자 ks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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