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공동선언이란 호재에도 불구하고 최근 주식시장이 다시 안개속으로 빠져 들었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수세에 의존, 상승세를 보이던 증시가 외국인이 매도세로 돌아서자 폭락하고 있는 것. 한국 증시가 외국인에 의해 좌지우지된다는 현실을 또 한번 보여줬다. 증시 주변에선 "남북정상이 자주적 통일을 선언한 것처럼 우리나라 주식시장도 하루빨리 외국인들로부터 독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외국인들은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650선까지 곤두박질친 종합주가지수를 대규모 매수를 통해 850선까지 끌어 올렸었다. 하지만 정작 남북정상회담이 열리자 갑자기 팔자로 돌아서더니 16일에는 1천800억원어치 이상을 순매도했다. 특히 삼성전자, SK텔레콤 등 대표적 블루칩을 대거 팔아치워 "한국 증시를 떠날 채비를 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돌고 있다.
일부 증시전문가들은 외국인들이 한국 주식시장에서 수익률 게임을 하는 것 같다고 분석을 내놓기도. 즉 자신들이 계획을 세워 주가를 올려놓고는 뒤늦게 국내 개인과 기관투자가들이 자신들의 뒤를 쫓아오자 차익을 얻기 위해 갑자기 매도공세를 취하고 있다는 것. 15일 선물시장에서 외국인들이 대규모 매도한 것도 같은 맥락이란 설명이다. 증시 한 관계자는 "지수 850에서 미리 선물매도를 하게 되면 주가가 다시 650이 되더라도 오히려 이익을 챙길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며 "이렇게 되면 현물에서 얻은 이득은 단계적으로 수습하면서도 미래의 손해도 방지하는 '꿩먹고 알먹는' 장사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팍스넷 등 인터넷 증권사이트엔 외국인의 행태를 비판하는 네티즌들의 의견이 쏟아지고 있다. "외국인들이 어떠한 거대한 음모를 가지고 있는 지를 예의주시해야 한다" "외국인들이 주식을 내다팔며 단기적으로 한국증시를 황폐하게 만들며 선물옵션에서 막대한 이익을 보고 있다" "증시 주도권을 쥐고 있는 외국인들은 더욱 싼값에 주식을 긁어 모을 수 있게 됐다"는 등 외국인을 꼬집는 네티즌이 많다. 더불어 "기관이 하루빨리 증시 안전판의 기능을 해야 한다" "정부는 작전이 판치는 주식시장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된다"는 등 기관 및 정부를 비판하는 네티즌들도 있다.
5월말 현재 외국인 투자자 보유 상장주식은 74조9천121억원어치로 전체 시가총액의 28.4%. 증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지만 기관이 역할을 하지 못하는 바람에 외국인들은 우리나라 증시를 맘껏 주무르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조차 "외국인의 매도세가 계속될 것이다" "종합주가지수 750선 밑에서 다시 외국인이 사자 주문을 낼 것이다"는 등 외국인을 주식시장의 제1 변수로 파악하는 분석을 앞다퉈 내놓는 실정. 외국인에 맞서야 할 기관이 기력을 회복하지 못하는 한 한국 증시가 외국인 투자자로부터 독립하는 것이 힘들어 보인다는 게 증시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李大現기자 s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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