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 이후 국내외에 방북결과를 설명하고 이해와 협조를 구하느라 분주한 날을 보내고 있다.
분단 55년만의 역사적 사건을 남북화해와 협력의 기조로 계속 연결시키려는 뜻이겠지만 정가일각에서는 정국주도권을 잡으려는 정략적인 의도도 있다는 주장이다. 과연 김 대통령이 국내적으로는 대북인식 혼돈을 잘 추스르고 국제적으로는 미·일등 우방국들로부터 신뢰를 받을 지 자못 궁금하다.
◆국내=김 대통령은 귀경직후 가장 먼저 16일 최규하, 전두환 두 전직대통령 및 3부요인들과 오찬회동을 가졌으며 17일에는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와 단독 조찬회동을 가졌다.
또 19일에는 김영삼 전대통령과 오찬회동, 중앙언론사 사장단과 만찬을 가졌으며 20일에는 김종필 자민련명예총재와 만찬이 예정돼 있다. 21일에는 국가유공자 오찬, 22일에는 국회상임위원장단 오찬이 예고돼 있고 조만간 노태우 전대통령과의 오찬도 있을 예정이다.
국내 주요인사들과의 회동은 김 대통령이 방북결과 설명 못지않게 국민들이 과거 냉전적 사고에서 벗어나 북한을 이해하고 민족문제 해결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도록 유도하려는 일환이다.
한나라당 이 총재 등 일부 인사들이 이번 회담에 가려진 우려의 일단을 제기했지만 대다수 회동 참석자들은 이번 정상회담 결과에 대해 지지를 보내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 요소다. 그러나 대북 인식과 가치관의 혼란 등 정상회담의 부정적 영향에 대해서는 경계하고 있다.
한편 김 대통령은 최근 형성되고 있는 남북화해 분위기를 유지시키기 위해 정국의 흐름을 바뀌게 할 수 있는 대규모 당정개편은 하지 않을 전망이다.
◆국외=김 대통령은 우선 한반도 주변 4강에게 발빠른 설명회를 갖고 있다. 16일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했으며 17일에는 모리요시로 일본총리, 압둘 와히드 인도네시아 대통령과 각각 전화통화를 했다.
김 대통령은 미·일 정상과는 이들의 우려를 해소시키는 한편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보는 미국과 일본에 대한 시각을 전해주고 대응방안에 대해서도 도움을 주었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이를 '메신저 외교'라고 했다.
또 황원탁 외교안보수석을 미국과 일본에, 반기문 외교통상부차관을 중국과 러시아에 각각 특사로 파견했으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및 장쩌민 중국 국가주석과도 전화통화를 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4대강국에 각별한 신경을 기울이는 것은 역시 한반도의 냉전구조 해체 특히 민족문제의 자주적 해결은 이들 국가의 협력이 없으면 사실상 무망하기 때문이다.
4대강국은 현재까지는 적극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다. 다만 미국과 일본등 우방국 내부에서는 남한사회가 남북정상회담에 흥분해 있다면서 냉정을 되찾을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적잖다.
李憲泰기자 leeht@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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