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의약분업에 반발해 의사들이 20일 0시부터 집단폐업한 의료대란사태를 지켜보는 소회는 우려차원을 넘어선 분노에 떨 수밖에 없다. 전국의 환자들이 병.의원 문 밖에서 진료행위를 거부당하고 서울.경북대 등 국.공립병원도 전문의가 손을 놓는 등 진료마비사태에 빠져 전국이 '신음'하는 딱한 실정이 돼도록 정부의 대책은 과연 있었는가, 정책부재에 대한 책임론을 거론해야 하는 현실은 참으로 딱하다.
보건복지부가 마련한 집단폐업에 대비한 비상진료대책도 폐업이 3일이상 지속되면 한계에 부딪히고 1주일을 넘길 경우 '의료대란'은 '의료재앙'으로까지 치달을 것이라는 전망은 우리를 전율케 한다. '의료재앙'이라는 의미는 치료를 받지 못한 환자들이 죽음에 이를 수도 있다는 말이고 보면 앞으로의 전개될 일이 참으로 큰 일이다. 전국에서 외래진료가 하루 평균 176만건이 발생하고 있으나 정부가 세운 비상진료대책은 국.공립병원, 보건소를 포함해도 소화능력은 18만건으로 '의료재앙'은 불을 보듯 뻔해 대책은 시급하다는 표현보다는 화급(火急)하다는 게 적확(的確)하다.
이런데도 양쪽의 대응은 평행선을 긋고있어 연속적인 충돌을 예고한 상태다. 정부는 집단폐업에 돌입해 의료사고가 날 경우 업무상 과실치사상죄 등을 적용해 처리키로 하고 검진을 거부할 경우 직무유기혐의를 적용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에 대한 대한의사협회의 대응은 강경하다. 정부가 제재를 하면 폐업투쟁의 강도를 더욱 높여 나갈 것이라고 밝혀 현재까지로는 대화의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국민의 건강을 인질로 삼는 줄다리기가 장기전 태세양상도 보여 세찬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
우리는 정부나 대한의사협회가 한걸음씩 양보하는 평정을 되찾기를 기대한다. 환자를 진료할 일차적인 책임은 의사에게 있다. 아무리 폐업중이라고 해도 위급환자의 진료를 외면하는 일은 의사의 직업윤리상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꺼져가는 생명을 살리는 것은 의사들의 지고지선의 의무다. 의사들의 파업은 제조업체들의 쟁의행위와는 차원이 다른 파업이 아닌가 싶다.
정부도 결단을 내려야 한다. 의약분업이 시도된 것은 지난 63년이어서 그동안 37년간 진통을 겪은 것을 감안한다면 충분한 준비작업이 최우선의 대책이라는 게 보편사항이었다. 그런데도 수술날짜를 받은 환자가 입원못하고 암환자가 강제퇴원 당하는 암담한 처지에 놓이게 된 처지는 국민들의 집단항거를 부를지도 모른다. 구체적인 예가 피해환자들의 정부를 상대로 하는 손해배상청구 소송 움직임이다. 그 이전에 정부는 의료대란을 푸는 구체적 대안제시 등 결단을 내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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