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명창 박귀희

서울 비원 앞에 있던 아흔아홉칸의 '운당(雲堂)여관'은 언제나 국악인들로 북적거리던 '국악의 산실'이자 바둑 스타들의 탄생을 지켜본 바둑 역사의 증인 역할을 한 명소였다. 영화진흥공사는 이 한옥을 고스란히 89년 서울종합촬영소로 옮겨 지금도 사극 촬영 장소로 각광을 받고 있다. 이 유명한 여관의 주인이 바로 향토(칠곡) 출신 인간문화재 박귀희(朴貴姬.1921-93)였다. 가야금병창과 후진 양성에 평생을 바친 그는 이 여관을 팔아 서울국악예고를 설립한 것을 생전에 가장 큰 보람으로 여겼다.

판소리와 가야금의 거목이었던 그는 60여년의 국악 인생을 통해 동편제 판소리의 맥을 이으며 가야금으로 우리 소리와 가락의 소중함과 아름다움을 일깨운 당대 최고의 명창이었다. 대구에서의 보통학교 시절부터 남다른 감수성을 보였으며, 19세에 이미 국악계의 스타로 발돋움했던 그는 69년 인간문화재가 됐으며, 선이 굵고도 열정적인 소리와 뛰어난 너름새로 외국에까지 명성을 날렸다.

그 박귀희의 생가가 경북 칠곡군 기산면 봉산리 경북과학대에 복원된다는 소식이 들린다. 대지 150평에 건평 28평의 아담한 규모로 오는 23일 기공식을 갖고 공사에 들어가 내년 7월에 완공할 예정이다. 이 생가는 남부지방의 전형적인 초가집 형태로 안채 4칸, 사랑채 3칸과 흙돌담.사립문.우물.조경수 등으로 꾸며지며, 유품들도 전시된다.

한편 생가 기공식에는 문하생인 판소리 가야금병창 명인인 안숙선씨, 음악극의 김성녀씨, 민족성악가 장사익씨, 김덕수 사물놀이패 등이 출연한다. 또한 고인이 설립한 서울국악에고 풍물놀이패, 한국예술단 등의 공연도 펼쳐 보인다. 이날 추모사업추진위원회도 공식 출범, 앞으로 후속사업을 벌일 움직임이다.

경북과학대는 생가 복원에 이어 인근에 국악전시실.공연공간 등으로 이용할 수 있는 추모기념관과 국악전수관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추모사업을 계기로 우리나라 국악 발전은 물론 근대 5대 명창을 낳았으면서도 이 분야의 불모지에 다름없는 영남 지역 국악의 뿌리를 찾고 계승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이태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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