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박장관 발언 배경 무엇인가

박재규(朴在圭) 통일부 장관이 "법적으로 국군 포로는 없다"고 발언, 파문이 일고 있다. 박장관의 발언은 이 나라의 정체성(正體性)을 부정하는 것으로 대북(對北) 관련 업무를 주관하는 부서의 장관으로서 그의 자질과 양식을 의심케 한다.

국방부가 1996년 공식 집계한 국군 포로만 해도 1만9천여명이나 된다. 이들중 대부분이 전쟁 포로에 대한 제네바 협약과는 달리 북한에서 최하층계급으로 비참한 대우를 받으며 연명하다 타계하고 그 일부만이 연명하고 있는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따지고 보면 이들은 6.25의 전란속에서 남들이 피난갈 때 조국을 지키기 위해 전쟁터에 뛰어든 탓에 50년에 걸친 고통의 길을 감내하고 있는 것이다.

오늘날 우리가 누리고 있는 이 번영도 이들의 고귀한 희생이 없었다면 결코 이룰 수 없었을 것이고 보면 우리가 이들에게 결코 소홀해서는 안되는 것이다.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이 호국의 영령과 국군 포로 송환에 발벗고 나서고 있고 북한마저도 비전향 장기수 송환에 집요하게 매달리고 있음도 결국은 국가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한 노력과 일맥상통 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럼에도 박장관은 "6.25종전 당시 국군포로의 귀환을 허용하는 것으로 포로문제는 끝났기 때문에 이제 국군 포로는 법적으로 없다"고 밝힌 것은 납득이 가지 않는다. 설령 북한측이 국군 포로는 없다고 주장할 수 있을는지 몰라도 남한의 주무 장관이 이처럼 국군 포로를 포기하는 발언을 한 것은 있을 수 없는 주권 포기행위이자 직무유기로 지탄받아 마땅하다할 것이다. 우리는 우선 이번 박장관의 발언이 정부의 공식입장인지 아니면 그의 사견(私見)에 불과한 것인지 발언의 배경을 밝혀야 한다고 본다.

또 이번 발언은 지난1월 제정되고 4월에 국무회의 시행령으로 발효된 '국군포로 대우에 관한 법'이 사실상 사문화(死文化)된 전제위에서 한 것인지도 따져봐야 할 것이다. 불과 몇달전까지만 해도 국무회의에서 국군 포로에 대한 사례금 지원까지 논의했던 정부인만큼 국민들은 국군포로는 없다는 박장관의 발언에 큰 혼란을 겪고 있다.

그런만큼 이번 박장관의 발언에 뒤따라 정부가 공식 입장을 천명해주기 바란다. 우리는 정부가 추구하고 있는 햇볕정책을 환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 졸속성(拙速性)때문에 일을 그르치지 않을까 우려해왔다. 특히 남북정상회담이후 '어떡해서든 일을 이루기'위해 관련부서 장관들이 제것을 양보하면서까지 서두르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음을 조심스럽게 지켜보고 있다. 이번 박장관 발언도 그런류의 것이 아니기를 내심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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