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어! 응급실이 좋아졌네

어머니 노환으로 세번째 대구 동산병원 응급실을 찾은 조모(49.김천)씨는 의사가 폐파업 중이라해서 큰 걱정을 했다가 오히려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환자 처리가 폐파업 전 보다 훨씬 빨라졌고, 진료의사에 대한 신뢰도도 많이 높아졌기 때문. 돈도 전 보다 덜 든다. 이게 웬일인가?

평상시라면 응급실은 갓 대학을 졸업한 인턴의사들 몫이다. 그때문에 어지간한 응급환자는 이곳에서 정규 교수의사(스탭.전문의) 만나기가 하늘의 별따기. 굉장한 빽이 있어야 언감생심이라도 해 볼 일이었다. 그때문에 "레지던트 3년차만 만나도 그 환자는 엄청난 영광"이라는 얘기까지 있을 정도.

평상시의 문제는 이 인턴들이 능력이 없다느니 해서가 아니다. 본인들은 부인할지 모르지만, 환자 가족에게 인턴들은 기초 조사 하는데 엄청난 시간을 보내 버리는 것처럼 보인다. 레지던트나 스탭이 본격적인 진료를 할 수 있도록 그러는 모양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응급실 환자 보호자라면 기초 조사가 아니라 촌각을 다퉈 곧바로 조치를 받고 싶어 한다. 이 문제는 우리 응급실의 고질이었다.

그러던 풍경이 의사 폐.파업 이후 완전히 달라진 것이다. 인턴들이 파업하고 나가버린 뒤 스탭들이 그 자리에 배치된 덕분이다. 의료경력 20년이 넘은 이들은 환자 가족이 보기에도 우선 듬직하다. 또 기초조사를 생략하고도 응급 조치부터 빨리빨리 해 나가니 환자 처리가 놀랄만큼 빨라졌다. 가족들이 흐뭇할 수밖에 없다. 통상 레지던트들이 맡던 입원병동 환자 진료도 마찬가지 상황.

또 하나 흐뭇하게 해 주는 것은 진료비 부담의 경감. 우선 '응급의료 관리비' 명목으로 받던 3만원이 폐.파업 이후 잠정적으로 없어졌다. 비상 시기라 판단해 면제한 탓. 여기다 스탭에게 진료 받으려면 내야 했던 '특진비'도 없어졌다. 그것은 의보수가의 50~100%에 달하던 것.

응급실 스탭의사들이 점차 지쳐가고 있어서 이런 호강이 언제까지 계속될지는 알 수 없지만, 심부전증으로 동산병원 중환자실에 누워있는 김모(55.칠곡)씨 보호자는 "하나하나 전문의들이 돌봐줘 환자도 빨리 회복되는 것 같다"고 했다.

그러나 이러한 환자들의 소리는 평상시의 응급실 진료가 너무 소홀했음을 반증하는 것으로 들렸다. 환자 가족들 역시 "앞으로는 응급실일수록 스탭들이 맡아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임시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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