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북 노동당 규약 수정 공개 공방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남북정상회담 당시 김대중 대통령에게 '온 사회의 공산주의 사회건설'이란 내용이 담긴 노동당 규약을 수정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했던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 엉뚱한 파장이 일고 있다.

김 국방위원장의 진의 여부에 대한 논의보다는 공개된 경위와 관련, 청와대와 언론사간, 여권과 한나라당 사이에 공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김 대통령이 19일 저녁 중앙 언론사 사장단을 청와대로 초청, 남북정상회담 내용을 설명하는 자리에서 임동원 국정원장이 비보도를 전제로, "김 위원장이 김 대통령에게 국가보안법 폐지를 요구한데 대해 김 대통령은 '북한에도 노동당 규약이 있고 북한 형법에는 우리보다 더 심한 것이 있다'며 '이런 것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고 김 위원장도 공감하고 이해했다"고 소개했다.

임 원장은 또 주한미군에 대해서도 "김 대통령이 '주한미군은 한반도뿐만 아니라 동북아 평화유지를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김 위원장을 설득했으며 김 위원장은 '꼭 같은 생각'이라며 공감을 표시했다"고 말했다.

김 대통령은 17일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와의 회동에서도 보안을 지켜 줄 것을 주문하면서 이같은 내용을 전했다.

그러나 문제는 중앙일보가 언론사 사장단 만찬 다음날 아침 1면 톱기사로 이 내용을 보도했고 청와대는 "언론보도로 문제가 파생되고 남북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은 민족에 죄를 짓는 일"이라면서 중앙일보 기자의 청와대 출입을 무기한 정지시키면서 불거졌다. 또 이를 공개한 한나라당 측에 대해서도 "야당이 영수회담 발언내용을 일방적으로 발표, 남북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유감"이라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중앙일보와 한나라당이 강력 반발하고 있다. 중앙일보는 19일 오전 특별수행원으로 방북했던 문정인 연세대교수가 몇몇 민주당 국회의원들에게 한 얘기를 고심 끝에 보도한 것이지 사장단 만찬에서 이를 듣고 쓴 기사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한나라당도 청와대와 정부측 인사들이 공명심에서 너나 할 것 없이 얘기를 쏟아내 놓고 이제와서 야당에 덮어씌우고 있다면서 발끈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정부 측을 성토하는 분위기다. 북한을 자극하는 내용들이라면 공개에 신중을 기해야지 홍보에 너무 열을 올리다가 자기발목을 스스로 잡은 꼴이라는 것이다. 또 청와대 측이 너무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북한의 눈치를 심하게 보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李憲泰기자 leeht@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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