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선진국 의약분업 제도

우리가 의약분업 때문에 시끄럽지만, 유럽 같이 이미 수백년 시행해 온 전례를 차용하기만 해도 해결 방안을 찾을 수 있을듯 하다. 프랑스에서는 일반의약품 경우 약국에서도 살 수 있으나 의료보험이 안되고, 영국에서는 병원에서도 약을 줄 수는 있되 약값은 받지 못하도록 돼 있다.

◇미국=9개 주는 법적 강제 분업을 시행 중이고, 41개 주에서는 법적 강제는 없지만 분업이 확립돼 있다. 의사는 진료하고 처방전 써 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수지를 맞출 수 있어, 약을 팔아 수입을 올리려 하지 않는다. 또 개인의원에선 약사의 인건비를 감당하기 어려워 약을 못판다. 우리 처럼 간호사나 조무사로 하여금 약을 조제케 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

또 약사가 임의로 약을 처방해 주는 일은 상상 조차 하기 어렵다. 적발되면 즉각 면허가 정지되거나 약품에 따라서는 아예 취소되기 때문. 처방전 없이는 약을 살 수 없다는 인식이 완전히 자리잡혀 환자들도 약사에게 임의조제약을 요구하지 않는다.

모든 의약품은 처방약.비처방약으로 분류돼 있다. 비처방약은 약국뿐 아니라 슈퍼 등에서도 자유롭게 판매된다.

◇일본=완전 분업이 아닌 임의 분업을 채택, 의약분업 실패 사례로 꼽힌다. 처방전 교부에 포괄적인 예외 규정을 둬 의사에게 조제권을 폭넓게 허용한다. 환자에겐 원할 경우에반 원외 처방전을 발행토록 했다. 그래서 현재도 원외처방전 발행비율이 31%에 지나지 않는다.

1958년부터 분업을 시도했으나 의사들의 반발.로비로 계속 연기, 1974년에야 분업을 시작했다. 임의분업 하되, 병원에서 약을 타면 비싸게 받고, 약국으로 처방전을 들고 가면 값이 싸도록 차별화 했다.

일본 의약분업 과정에서 의사 폐업으로 수백명의 환자가 사망했다는 소문이 있으나 사실이 아니다. 일본 의사들은 일주일간 병원내 조제를 중지하는 시위를 한 적은 있지만 폐업한 일은 없다.

1990년대 이후엔 인건비 절감 차원에서 원외처방전을 발행하는 병원이 크게 늘었다.

◇유럽=수백년 전부터 정착돼 관습이 됐다. 1231년에 만들어진 독일 의약법이 세계적 의약분업 법제화의 효시로 꼽힌다.

독일에서 약사는 약품에 대한 상담은 할 수 있지만 진료에는 관여할 수 없다. 반면 의사들의 의약품 조제도 엄격히 금지됐다. 입원환자에게는 의약품을 투약할 수 있으나 외래환자에 대해서는 원외 처방전이 발급된다.

프랑스에서도 분업이 강제 시행되고 있다. 시민들은 반드시 의사의 진료와 처방을 받은 뒤 약국에서 약을 조제해 먹는다. 의사의 처방약은 100% 의료보험에서 비용을 부담하지만, 약국에서도 살 수 있도록 허용된 일반의약품(비처방약) 값은 전액 환자 부담이다. 때문에 약국 수입의 대부분은 의사 처방전에 의한 조제약 값이 차지한다.

약값도 전국 단일가로 정해져 있어 의약품 유통과정이 투명하다. 이때문에 약사는 실익 없는 없는 임의조제를 할 필요가 없어지는 것이다. 대체조제가 허용되지 않지만, 약효 동등성이 확보된 약으로는 대체 가능하다.

영국은 별도의 의약분업 관련법이 없다. 그러나 오랜 관행으로 분업이 이뤄졌다. 의사는 처방전 발행과 함께 투약도 가능하지만, 약값은 받지 못하도록 돼 있다. 그 덕분에 완전 의약분업이 이뤄지고 있다. 李鍾均기자 healthcare@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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