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가 안팎으로 위기를 맞으면서 '교실 붕괴' 현상이 심각한 지경에 이르고 있다. 교권을 위협하는 사건들이 빈발하는 가운데 최근 광주의 한 중학교에서는 학생이 체벌교사를 신고하자 학교가 학생을 맞고발하는 사태까지 빚어졌다. 어쩌다가 이 지경에 이르도록 교실이 무너지고 교권이 땅에 떨어졌는지, 통탄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사건의 경위는 물론 간단치는 않았다. 학교의 유리창이 100여장이나 파손되는 사태가 벌어져 학생들을 추궁하고 그 단서를 잡은 뒤 한 학생을 체벌을 하자 학생들이 교육청의 인터넷 사이트에 올렸고 교사들이 경찰의 조사를 받게 됐다. 이 과정에서 학생과 교사 사이에 갈등이 증폭됐으며, 그 뒤에도 유리창 파손이 계속돼 학교측은 교권 지키기 차원에서 수사를 의뢰하게 됐다는 것이다. 뒤늦게 학교측은 고발 조치가 비교육적임을 인정하고 수사 의뢰를 철회했지만 결코 이 학교의 문제로만 볼 수 없으며, 우리가 과연 제대로된 사회에 살고 있는가 하는 의문마저 던지지 않을 수 없게 한다.
근래에 우리는 한 여고생이 담임교사의 머리채를 잡고 발길질을 하거나 꾸짖는 교사를 구타해 이를 부러뜨리는 경우를 보았다. 학생을 체벌한다고 학생이 경찰에 신고를 하자 경찰은 학생과 교사를 함께 연행하는 해괴한 일이 벌어졌으며, 벌을 받은 학생의 부모가 학교를 찾아 여교사를 폭행하는 일도 있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의 심각성은 학생을 보호하고 바른 길로 이끌어야 할 학교가 학생에 대한 통제력을 잃고 경찰에 수사 의뢰까지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데 있다. 계속 악화돼 오던 '교실 붕괴'가 이제는 갈 데까지 갔으며, 벼랑 끝에 몰린 우리의 공교육이 마침내 추락하고 있다는 자괴감을 비켜서지 못하게 만든다.
위기 상황에 빠진 공교육을 살리려면 종합적인 처방이 따라야겠지만 우선 '교실 붕괴'를 막고 '교권 회복'을 서두르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교사가 학생들을 적절하게 통제하지 못한다면 교육이 제대로 설 수 없으며, 교실이 성할 리 만무하다. 과거 전통사회에서는 '군사부일체'라 하여 스승을 임금과 부모를 섬기듯 했다. 스승 공경 풍토가 조성돼야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진다는 인식에서 그런 말이 나왔을 것이다.
교실과 교권의 붕괴는 하루 아침에 나타난 현상도 아니고, 원인도 복합적인 만큼 대책도 간단치는 않아 보인다. 학생 지도에 자포자기한 교사들이 스스로 다시 힘을 낼 수 있도록 교육 여건을 개선하는 일이 가장 시급한 문제다. 정부는 더 늦기 전에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야 하며, 학교와 가정, 사회 전체가 교사들에게 제자리를 찾아 주는 노력을 입체적으로 기을이는 특단의 노력이 따라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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