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파바로티의 판문점行

'테너 중의 테너' '신의 입김이 들어간 목소리'. 이탈리아가 낳은 세계 정상의 테너 루치아노 파바로티를 예찬하는 말이다. '파바로티가 태어났을 때 신은 그의 목청에 키스를 보냈다'(미국 비평가 해럴드 숀버그)는 찬사도 있었다. 그는 스페인 출신의 플라시도 도밍고, 스페인 태생의 호세 카레라스와 함께 '빅 3'로 불리기도 하지만 이 두 사람은 '한 두 수 아래'라는 것이 중평일 정도로 성악계에 우뚝한 '에베레스트봉'이다.

1977년과 93년 두 차례 우리나라에서도 공연한 바 있는 그는 비싼 개런티와 거구(130kg)로도 유명하다. 89년 뉴욕 공연에서는 25만 달러(한화 약 2억원), 독일 공연에선 50만 마르크(약 2억5천만원)를 받았으며, 빈에서 암표값은 250만원을 호가했다. 추스르기 힘들 정도로 몸집이 커 공연중 앉거나 서는 무대 장치는 특별 제작해야 할 정도다.

그러나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그도 한때 비난의 화살을 면치 못했다. 스스로의 가치를 돈으로 측정하려 했고, 대중들의 사랑을 고귀한 것으로 받아들이려고 하는 대신 비속한 것으로 만들어 버렸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근년 들어 그는 전쟁으로 곤경에 놓인 사람들에 대한 지원활동을 벌여 또다른 이미지를 만들고 있다.

96년 그가 주도해 고향인 이탈리아의 모데나에서 열었던 '보스니아 전쟁 어린이들을 위한 자선 공연'은 전세계에 중계돼 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국경 대신 사랑이 필요해. 꿈에서 우리는 미래를 향해 웃을 수 있네'. 그때 네너드 바흐의 '더 높이 갈 수 있을까'가 안겨준 감동은 지금도 생생한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오는 30일 오후 8시 서울 잠실올림픽주경기장에서 '한반도 평화 콘서트'를 갖는 파바로티가 공연에 앞서 28일 판문점을 방문할 모양이다. 이곳에서 노래를 부르지는 않지만 '전쟁과 평화의 의미를 몸소 느껴보고 이 지역에 대한 세계인의 관심을 환기시키고 싶다'니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도 이 지구상의 마지막 냉전지역인 판문점에서 마음속으로나마 한반도의 평화를 위한 노래를 불러주기 바란다.

이태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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