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미 독주 차단 중.러 외교공세

러시아가 미국 국가미사일방위(NMD)체제 구축에 대한 반대를 기치로 맹렬한 외교 공세를 펴고 있는 가운데 중국이 중앙 아시아와 카스피해 연안국들에 관심을 표시하고 나서 주목되고 있다.

무엇보다 관심을 끄는 부분은 NMD에 대한 반대 기치를 내걸고 유럽과 한반도, 동남아 지역으로 영향력을 새롭게 구축해 나가려는 러시아의 외교행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미국의 NMD 구상 실현을 위한 전제조건인 탄도탄요격미사일(ABM) 협정 개정 움직임에 대한 반대를 분명히 하면서 이를 대체할 범유럽 공동 미사일 방어망 구축을 제안함으로써 유럽국가들로부터 동조세력을 규합하고 있다.

러시아의 ABM 협정 개정에 대한 반대입장은 이미 국가지침화 돼 모든 관리들이 앵무새처럼 되뇌는 것이지만 정작 실무 최고 책임자인 블라디미르 야코블레프전략 로켓군 사령관의 발언은 주목할 만하다. 그는 21일 만일 미국이 ABM을 탈퇴한다면 러시아가 대륙간 탄도탄인 '토폴'의 탄두를 확대 생산.보유하고 사정 5천500㎞인 장단거리 미사일 폐기 협정에서도 탈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럴 경우, 유럽이 다시 미-러간 군비경쟁에 볼모가 되는 것이다.

결국 러시아의 범유럽 공동 미사일 방어망 구축에 대한 유럽의 지원을 끌어내기 위한 일종의 협박성 구애인 셈이다.

러시아의 미국에 대한 강경 외교는 한반도를 예외로 하지 않는다.

러시아 정부는 22일 지난 2월 비상대책부가 이고리 이바노프 외무장관의 평양방문시 북한에 제공했던 40만루블(약 1억4천만달러)의 인도물자 지원 비용 전액을 정부 예산에서 충당하기로 결정함으로써 북한에 대한 러시아의 지원이 일개 부처가 아니라 범국가차원에서 제공되는 것임을 과시했다.

러시아와 공조, 미국의 일극화 세계 질서구축에 대한 반대의 선봉이 되고 있는 중국 역시 흥미로운 외교 행보를 보이고 있다.

장쩌민(江澤民) 중국국가 주석은 국가 지도자로는 처음으로 다음달 5~7일 카스피해 연안국가이자, 독립국가연합(CIS)내에서 러시아 다음으로 천연자원이 풍부한 투르크메니스탄을 방문, 석유가스 사업 분야에서의 협력 방안을 논의하며, 협력 계획의 실현을 위해 500만 위안을 투르크메니스탄에 제공할 계획이다.

이와 별도로 푸틴은 오는 10월 인도를 방문, 러-인도간 전략적 파트너 관계를 선언할 예정이며 리펑 위원장은 22일 인도와는 국경분쟁이 지속되고 있지만 중-인도간 접경지역 평화조약 덕분에 큰 마찰은 빚어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에 대항하기 위한 러시아-중국-인도간 전략적 3각 체제 구축은 지난 98년부터 러시아가 본격적으로 추진해온 외교 전략이지만, 중국-인도 관계가 걸림돌이 되고 있는 부분이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