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북(e-book)도 불법복제 음반의 전철을 밟을 것인가? 최근 미국 출판계 연례 컨벤션에서 가장 큰 이슈로 부상한 것은 모험동화 '해리 포터' 시리즈나 '매리 히긴스 클락'에 나오는 흥미진진한 등장인물이 아니라 바로 '음반산업의 실태'라고 월스트리트저널 최근호가 보도했다.
출판인들은 전자북의 미래에 대해 걱정스런 눈초리로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온라인상에서 CD복제 파일을 자유롭게 주고 받도록 허용한 '냅스터'로 인해 음반산업이 큰 타격을 입고 있는 상황에서 전자북도 같은 처지가 되지 않을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이다.
피터 조바노비치 전 미국출판연합회 의장은 "음반산업의 전철을 밟지 않고 전자북의 발전 방향을 스스로 통제하고 불법복제를 방지하는 대책을 강구할 것"이라고 공언하고 있다. 하지만 인터넷상에 배포되고 있는 무료 프로그램인 '프리넷'이 전자북시장의 건전한 발전을 가로막는 잠재적인 골칫거리가 될 것이라는 점에서는 이견이 없다. '프리넷'은 문서나 그림을 포함한 어떤 파일도 익명으로 서로 주고 받을 수 있으며, 더욱이 중심 서버가 필요없어 규제마저 불가능한 실정이다. 다행히 현재까지는 프리넷 파일의 이름을 정확히 알아야 이용할 수 있지만 몇 달내 보다 손쉽게 이용할 수 있는 버전이 나올 전망이어서 출판계의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뿐만 아니라 프리넷과 비슷한 기능을 가진 '랩스터'나 '그누텔라' 등의 프로그램도 출판인들에게는 위협적인 대상이다.
이같은 복제 프로그램이 창궐할 경우 현재 급신장세를 보이고 있는 전자북 시장이 수입 감소 등 크게 위축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출판인들은 전자북 불법복제가 성행하면 활자책 판매도 결과적으로 큰 위협을 받을 것이라고 말한다. 단적인 사례로 출판계가 전자북 불법 복제방지를 위해 암호화 기술을 적용하고 있지만 지난 3월 출시된 스티븐 킹의 전자소설(e-novella) '라이딩 더 불릿(Riding the Bullet)'이 몇몇 웹사이트나 채팅그룹에 불법으로 배포되기도 했다.
이에따라 출판인들은 음반계와는 다른 방식으로 문제 해결에 접근하고 있다. 하퍼콜린스 출판사 데이비드 스타인버그 회장은 "음반계가 인터넷 산업의 발전을 위해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는 바람에 블랙 마켓의 피해를 입었지만 출판인들은 일찌감치 디지털 파일교환에 맞서기 보다 그런 테크놀러지를 포용하는 정책을 구사해야 한다"며 피해를 최소화하는데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徐琮澈기자 kyo425@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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