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저녁, 매일신문사 편집국에는 밤늦게까지 시민들의 항의와 분노가 쏟아졌다. 당직하던 기자가 잇따라 울려대는 전화벨 소리에 이리저리 뛰어 다녔지만 이들의 울분을 달랠순 없었다. 이날 전국 신문에 실린 '정부는 국민을 버렸지만 우리는 국민 여러분을 버릴 수 없습니다'라는 의사회의 광고 때문이었다.
"저희 의사들은 지금도, 앞으로도 여러분 편입니다. 국민여러분이 없는 의사는 존재하지도 않고 존재할 수도 없습니다…"는 광고 문안이 시민들을 분노케 한 모양이었다. 독자들은 하나같이 의사들의 광고는 실어주지 말라는 부탁을 하면서 광고내용에 대해 반박했다.
"왜 죽어가는 환자들을 외면한채 자신들의 배를 채우려는 의사들의 입장을 합리화시키는 광고를 지역 대표성을 지닌 매일신문까지 실어 주느냐"는 힐난이 이어졌다. 50대후반의 교사라고 밝힌 박모씨는 "의사들이 도덕성이 결여됐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라며 질책을 가했다.
시외까지 날품팔이를 하다보니 주말인데도 밤늦게서야 신문을 봤다는 독자 이모(49)씨. "자신들이 환자를 볼모로 집단 폐업을 하면서 양심적인 의사들의 진료활동까지 저지하는 등 국민생명을 아랑곳 않았던 사람들이 뭐? 국민을 위해서 존재한다고요? 참으로 오만방자한 행동입니다"라고 분개했다.
"사회 특권층인 의사들이 그간 누려온 기득권을 움켜쥐려고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정부를 협박해 놓고는 무슨 엉뚱한 소리를 하느냐"며 의사회 전화번호를 물어온 성난 사람들도 있었다. 또 한대학생은 "의사들이 불법을 저지른 의사를 구속했다고 정부의 탄압 운운하는 것은 의료계를 성역화 하겠다는 심보가 아니냐"며 지금부턴 언론이 앞장서서 불법폐업 관련 의사들을 모두 사법처리하도록 이끌어 줄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그러나 다른 일로 전화를 걸어 온 한 의사는 매일신문이 엉터리 보도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전날 실린 시민들의 악감정 관련 기사 때문이었다. "대부분 사람들은 우리 의사를 지지하고 있는데 신문이 왜 그따위 기사를 쓰느냐"고 그는 악담을 퍼부었다.
신문이 의견 광고를 싣는 것은 사회 통합을 위해서다. 다른 사람이 보기에 비록 틀린 의견이라 하더라도 마찬가지. 그렇게 해줘야 그걸 통해 서로 속뜻을 알 수 있고, 자기 의견도 세울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국민들의 분노 역시 어쩌지 못할 일 아닌가?
황재성기자 jsgold@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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