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폐파업 철회 이후 의약분업

의료계가 26일 집단 폐.파업을 철회, 의료대란은 일단 휴지기로 들어갔다. 그러나 불씨는 해결된 게 아무 것도 없다. 의사협회와 약사회가 약사법 개정을 두고 이제부터 진짜 한판을 벌이기 시작할 것임을 누구나 예견할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또 이들은 '폐.파업'이란 배수진을 다시 설치, 까딱하면 국민만 또 멍들어야 할 지경이다.

더욱기 이번에 의정(醫政) 갈등을 봉합하는 과정에서 보건복지부, 민주당, 정부, 대통령으로 이어지는 총체적 파행을 겪으면서 정부가 집단갈등에 대한 중재.조정 능력에 한계를 드러내, 상황에 따라선 앞으로 국민이 겪게 될 혼란과 고통은 이제 시작일 뿐이란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휴.폐업을 철회한 의료계는 자신들의 요구가 관철되지 않을 경우 다시 휴.폐업으로 맞서겠다고 공언했다. 임의조제 완전금지, 대체조제의 의사 사전동의가 약사법에 명문화되지 않는다면 '의권' 확보가 불가능하다는 강경론이 여전히 대세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의료체계의 중추에 있는 대학병원 진료 인력의 3분의2를 차지하는 전공의가 가장 강경한 입장이기도 하다. 전공의들 사이에서는 약사법 개정이 미흡하면 다시 집단행동도 불사하겠다는 분위기가 우세하다.

약사법 개정투쟁에 임하는 약사들의 각오도 비장하다. 약사회는 내부진통 끝에 일단 의약분업에 참여키로 결정했다. 그러나 개정될 약사법이 분업 관련 합의의 본래 정신을 훼손하면 불참하고, 법개정 내용이 의협 주장을 일방적으로 수용하는 쪽일 경우 분업 시행 직전인 오는 금요일(30일)에라도 당장 불참을 선언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약사회 한 관계자는 "만약 대체조제 불허 쪽으로 약사법 개정 가닥이 잡히면, 환자는 의사가 처방한 약이 있는 약국을 찾아 다녀야 하는 불편을 겪게 될 것이고, 의료계는 이것을 빌미로 다시 병원내 약국을 재생시켜야 한다며 일본식 임의분업으로 몰고 갈 가능성이 높다"고 의도를 의심하기까지 했다.

또 의료계 요구대로 일반의약품 1회 판매 단위가 30정 이상으로 한정되면 동네 약국의 존립 자체가 위태로워질 수밖에 없다는 절체절명의 위기감도 한계를 넘을 지경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강경 대응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다음달 1일 의약분업 시행과 함께 약사법 개정을 둘러싸고 의.약계가 정면충돌할 우려까지 무척 높아 보인다. 더군다나 정부는 의료계의 집단행동에 굴복한 전례를 이미 만들어 놓고 있어, 약사회 측이 무슨 일을 해도 입 뗄 처지가 못되리라는 관측도 있다.

이런 상황을 모를리 없는 만큼, 양측은 언제든 집단행동으로 투쟁 수위를 높일 가능성도 있다. 그렇게 되면 의약분업 시행 자체가 흔들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반면 그동안 의료계 투쟁과정에서 의.약간의 이견이 상당부분 좁혀졌다는 관측도 있어, 국회가 제대로만 작동해 준다면 원만한 합의에 이를 수도 있으리라는 낙관적 관측도 없지는 않다. 그렇게만 된다면, 우리는 의약분업 외에도, 사회통합력의 증대라는 또다른 성과를 누릴 수도 있을 것이다.

李鍾均기자 healthcare@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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