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헌정 사상 처음으로 열린 국회 인사청문회는 이한동 총리서리에 대한 자질검증이라는 당초 취지를 살리는 데는 미흡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방송사들이 시청률을 봐가며 생중계 시간을 연장하려던 계획을 포기, 오후 4시에 중단한 것도 소문만 났지 내실이나 '꺼리'는 부족했다는 평가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일반 시민들도 대다수가 외면, 첫 인사청문회 실시 그 자체에 의미를 찾을 수밖에 없었다는 지적이다.
여야 의원들은 이 총리서리의 국정수행능력과 도덕성 등에 대해 정곡을 찌르는 질문을 하기 보다 청문 대상자인 이 총리서리에게 오히려 역공을 당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야당 의원들의 수박겉핥기식 질문과 여당 의원들의 이 총리서리 편들기는 현 청문회 제도의 맹점을 여지없이 드러냈다는 평이다.
청문회가 이처럼 맥없이 진행되면서 이 총리서리 역시 당초 긴장된 분위기에서 탈피해 시종 여유를 보이는 등 주객이 전도되는 양상을 보이기도 했다.
이날 드러난 문제점은 물론 개개인의 준비부족 등 의원들의 자질에도 있지만 제도상의 미비점도 간과할 수 없다. 우선 고위공직자의 재산형성과정 등 과거행적을 더듬기 위한 준비기간이 너무 짧았다는 지적이다.
또 공직자 검증을 위해 필수적인 정부측 자료제출 거부 및 늑장 제출도 문제점이 아닐 수 없다. 이날 한나라당 안상수 의원이 정부 측의 늑장자료제출과 거부 등을 문제삼자 민주당 간사인 설훈 의원조차 이를 인정하기도 했다.
이를 인정한다고 해도 의원들의 준비 부족과 의혹, 소문에 근거한 질문공세는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한나라당 이성헌, 이병석 의원 등 초선의원들은 이 총리서리의 부동산 구입문제 등을 의혹수준에서 제기했다가 오히려 해명의 기회를 제공하기도 했다. 또 야당 의원들은 15분 밖에 주어지지 않은 질문시간에 자신의 의견을 섞어 정치공세성 질문을 하는 바람에 이 총리서리의 부실한 답변을 초래했다. 민주당이나 자민련 등 여당 의원들의 정파이해에 따른 질문도 문제였다. 특히 자민련 김학원 의원의 경우 "지난 20년간 정치를 하면서 구설수가 없는 비결이 뭐냐"라는 질문을 하는가 하면 첫사랑 얘기, 독서량 등을 물었고 민주당 박종우 의원은 이 총리서리의 부동산 구입이 투기가 아니라는 점을 강변하려는 모습은 낙제점이라는 비난까지 샀다.
때문에 이번 청문회 역시 우려했던 대로 단순 '통과의례'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李相坤기자 lees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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