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6일간 전국민을 극도의 불안상태로 내몰았던 의료대란이 의협의 폐업철회로 일단 종료돼 의사들이 제자리로 돌아갔다.
의사들이 복귀하자 병의원 환자들과 가족들은 의사들이 가운을 벗어 던지고 떠날 때 다시는 안볼 것처럼 내뱉았던 원색적인 극언을 접고, 언제 그랬냐는 듯 "선생님 돌아와 주셔서 감사합니다"고 두손잡으며 안도했다.
약자의 마음은 원래 저런 것일까. 한때 자신의 생명을 위태롭게 내팽개쳤던 의사들의 괘씸한 행동에 대한 화풀이보다 병원으로 돌아와 준 것이 우선 더 고마울 뿐이다.
의협이 한발짝 물러 섰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 될 것인가. 천만의 말씀. 정부는 이제부터 반성하고 정신을 똑바로 차려 일해야 한다.
◈의약분업 아직 끝나지 않은 전쟁
사실 이번 의료대란은 정부의 어정쩡한 태도와 능력부재에 더 책임이 크다.
애당초 의약분업을 반대해 온 의협의 비협조로 7월시행이 의문시 되는 데도 정부는 안이하게 밀어 붙였을 뿐 아니라 눈가림식 의약분업 시범으로 의사들의 의권침해 의식을 가중시켰다.
보건복지부는 과거에도 늘 이런 식이었다. 한의사와 약사의 이권다툼, 한.약분쟁을 한번도 사전에 조정, 해결하지 못하고 분쟁이 발생한 후에야 목소리 큰 쪽의 손을 들어주거나 여론의 힘에 의지, 그때 그때 미봉책으로 대처해 왔다. 그래서 한.약분쟁은 현재도 꼬투리만 잡히면 언제 다시 폭발할지 모르는 일촉즉발의 휴화산으로 남아 있다.
◈생명 담보는 씻을 수 없는 죄악
의사들의 복귀를 기대, 여야가 약사법 개정을 약속하자 이번엔 약사들이 반발하고 있다. 약사들은 7월의 의약분업에 동참하더라도 약사법이 의사들에 유리하게 개악될 경우 의약분업 동참을 철회할 방침이어서 2차 의료대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번에는 의사들이 진료를 하더라도 약사들이 문을 닫고 약을 팔지않아 환자들이 고통을 당한다.
정부는 예상되는 약사회의 반발을 또다시 여야영수회담을 열어 약사들의 손을 들어줌으로써 해결할 것인가. 현재로선 그 방법밖에 없을 것으로 보이나 이런 식으로 해결해서는 악순환만 되풀이될 뿐이고 애꿎은 국민들만 피해를 입게 된다.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무엇보다 먼저 정부는 대선공약 또는 개혁이라는 이유로 준비가 덜 된 일을 억지타협이나 흥정으로 다시 한번 밀어 붙이려 하지말고 의약분업을 한시적으로 연기해야 한다. 그리고 한시기간동안 분쟁을 조정,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여야 영수 회담에서도 연기론이 제기됐지만 이번 의료대란과정에서도 정부가 의약분업의 당위성만 믿고 너무 서둘러 화를 자초했다는 지적적이 많았다.
정부가 분쟁의 조정과 해결능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분쟁의 원인이 무엇인가, 이해당사자 주장의 근거가 타당한가, 소비자인 국민에겐 어떤 실익이 있고 도움이 되는가 종합적으로 철저히 따져봐야 한다. 그래서 도출된 명철한 논리에 따라 정책을 입안해 분쟁당사자들을 설득시키고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
◈백초근원의 정신으로
그렇지 않고 담당 공무원과 전문가 몇이서 책상머리에 앉아 이해집단의 이런 주장, 저런 주장을 모으는 정도로는 문제해결은 커녕 교육대란이나 동강댐백지화 같은 실패작만 양산할 뿐이다. 더욱이 의료대란은 국민의 생명이 걸린 문제다.
물론 의사와 약사 분쟁당사자들도 한치도 양보않는 극한 대립에서 벗어나 인술(仁術)과 백초근원(百草根源)의 정신으로 돌아가야 한다. 사회가 다원화 급변화 할수록 개별이익 집단이 늘고 이익집단이 느는 만큼 기존권익의 폭은 줄어지게 마련이다. 약자인 환자의 생명을 담보로 기득권을 계속 유지하려는 것은 과욕을 넘어선 죄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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