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유전자지도'가 완성됨으로써 생명의 신비가 한꺼풀 벗겨지고 암.에이즈 등 난치병 정복과 맞춤형 약품생산의 시대가 눈앞에 성큼 다가서게 됐다.
미국 국립보건원(NIH) 산하의 국립 인간게놈연구소(NHGRI)는 26일밤(한국시간) 인간 유전체지도 작성과 디옥시리보핵산(DNA) 염기서열을 정한 인간유전체 프로그램(HGP) 초안을 완성.발표했다.
인류는 지구상에 출현한 이후 그동안 원인도 모른 채 유전병에 의한 고통에 시달려 왔으며 유전학의 발전과 함께 그 원인이 염색체상 유전자 이상임이 밝혀진 바 있는데 현재 유전병의 수는 5천여개로 추정되고 있으나 원인을 알고 있는 종류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알츠하이머병(일명 치매)의 경우 30년대에 처음 세상에 알려졌으나 원인 유전자의 대략적 염색체상 위치가 파악된 것은 50년의 세월이 지난 80년대의 일이다.
◈유전체지도 필요성 인식
그러나 원인유전자를 분리하는 작업은 불가능한 것으로 판단됐으며 지난 85년이후 학자들은 이 병의 연구를 위해서는 인간 염색체상 모든 영역에 꼬리표를 붙인 유전체지도의 필요성을 인식하기에 이르렀다.
결국 인간유전체 지도작성 및 DNA 염기서열해독, 유전체분석 기술개발 등을 골자로 하는 HGP연구가 시작된 것이다.
그 결과 96년에 인간염색체 1번과 14번에 위치하고 있는 알츠하이머병 원인 유전자를 분리, 이들로부터 만들어진 단백질이 신경세포벽을 구성하는 성분인 것을 밝혀 내는 한편 이들 유전자의 이상이 그 단백질의 이상을 가져와 신경세포의 기능이상을 야기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인체내에는 약 100조개의 세포가 있고 각 세포내 핵에는 23쌍의 염색체가 있으며 이들 염색체에는 10만여개의 유전자가 존재한다.
또 이들 10만개 유전자는 티민(T), 구아닌(G), 시토신( C), 아데닌(A) 등 4가지 염기로 이뤄진 31억개 쌍으로 구성된다.
게놈(Genome)은 유전자(Gene)와 염색체(Chromosome)의 합성어이며 인간 생명현상을 결정짓는 유전자들의 총 집합체다.
2중 나선형 구조인 DNA 염기쌍으로 구성돼 있으며 이들이 어떻게 조합되느냐에 따라 키, 피부색, 생김새 등의 유전형질이 결정된다.
지난 90년 미국의 NIH와 에너지부(DOE)는 공동으로 염기의 서열을 판독하고 유전자지도를 만든다는 목표를 세우고 그동안 프랑스, 영국, 일본 등 15개국을 합류시킨 가운데 작업을 벌여왔다.
◈단백질 생성과정 풀 열쇠
이번 발표된 초안에는 31억쌍의 DNA 염기서열 가운데 28억쌍이 어떤 구조를 갖고 있는 지와 인간 염색체내에 어떻게 배열돼 있는 지를 포함하고 있다.
염기의 배열이 중요한 것은 각종 생리현상에 관계되는 단백질의 생성과정을 알아낼 수 있기 때문으로 전문가들은 인간 DNA 배열의 거의 99.9%가 같지만 그 배열상의 변동은 질병 발생 위험과 치료제에 대한 반응 및 치료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한다.
즉 DNA 배열작업이 완료됨으로써 모든 질병의 유전적 요인과 다발성 경화증, 암, 고혈압, 정신분열증과 같은 복잡한 성격을 지닌 질환들의 원인이 밝혀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또 수만개 유전자를 고속으로 처리하는 기술이 실용화돼 기존 방법보다 훨씬 뛰어난 유전자 진단법이 각광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인간의 유전자 가운데 기능이 밝혀진 것은 9천개에 불과해 이번 초안의 완성으로 나머지 9만여개 유전자의 기능을 규명할 수 있는 바탕이 마련됐다는 점도 의미있는 일이다.
유전적 정보를 가진 유전자들의 DNA서열을 대략적으로 밝혀냄에 따라 과학자들의 관심은 이제 차세대 유전체연구(POST-GENOME)로 집중하고 있다.
생명공학연구소내 인간유전체 기능연구사업단장인 유향숙박사는 "이제 DNA 염기서열속에 있는 유전자가 실제로 우리 몸속에서 어떤 기능을 하는 지를 밝혀야 하는 단계로 접어들었다"고 말한다.
◈질병 조기예측 등 가능
즉 유전자의 기능을 연구해 유전적 질병의 원인을 규명하는 한편 유전정보로 부터 어떤 단백질이 조성되는 지를 추적하고 그 단백질의 구조와 기능을 밝혀내는 일이다.
이와 함께 유전체 비교연구를 통해 개인.인종.생물간 게놈정보를 비교해 차이점을 찾아내고 이로 인한 생체기능의 차이를 추적하는 것을 들 수 있다.
그외 단백질의 구조를 밝혀내는 프로테움(proteum), 쥐 등 인간 유전체와 유사한 모델 동물들의 유전체 해독 및 인간유전체와의 비교연구, 초고속 유전자기능 탐색기술 개발 등도 포함된다.
특히 새로운 연구분야인 생물정보학과 인종 및 개인 사이의 서로 다른 단일 염기다형성에 근거한 질환의 조기예측 및 진단, 맞춤약 개발이 활발히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이 같은 바이오혁명으로 생명의 신비가 벗겨지면서 사회윤리학적으로 많은 우려가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인터넷을 통해 신상정보의 노출이 많은 상황에서 개인의 유전정보를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 1차적인 숙제라 하겠다.
댓글 많은 뉴스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이재명 "TK 2차전지·바이오 육성…신공항·울릉공항 조속 추진"
이재명, 민주당 충청 경선서 88.15%로 압승…김동연 2위
전광훈 "대선 출마하겠다"…서울 도심 곳곳은 '윤 어게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