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신간-공간의 기호학

이어령 이화여대 교수의 본격 문학이론서. 청마 유치환의 작품 전체를 대상으로 '문학공간의 기호론적 분석'을 시도하고 있다. 문학이론과 함께 기호 이론, 신화 이론, 언어학 이론 등을 등장시켜 이를 구체적으로 청마 시에 대입하거나 반대로 청마 시에서 이 이론들을 풀어낸다.

가령 청마의 시 '깃발'에 대해 비평가들은 종종 '기(旗)'의 의미를 이념의 푯대로서의 깃발을 추적하지만 저자의 공간기호론적 분석에 따르면 어떤 사물이나 이미지가 하늘과 땅의 수직구조에서 그 중간항 가운데 배치되어 있는 의미를 갖는다. 이같은 이론을 증명하기 위해 청마 시를 채택한 이유는 그의 시 세계가 하늘, 땅과 같은 우주론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어 공간적인 텍스트의 모형으로서 관찰하기에 적합하다는 점, 또 청마의 시에는 서정시, 관념시, 사회·정치적 시의 요소가 혼유되어 있고, 서사적인 요소까지 지녀 시의 다양한 영역에 거쳐 그 공간의 의미 작용을 검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청마에 대한 기존 연구들이 '의지의 시인' '생명파' '예언적 지식인' 등 시인론에 가까운 평가로 이뤄진데 반해 저자는 청마 시 전체의 구조와 의미를 규명할 수 있는 문학의 내재적 연구를 시도하고 있다. 이어령 지음, 민음사 펴냄, 512쪽, 1만8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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