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이야기꾼들의 '세상 보기'를 주제로한 책이 나란히 나왔다. '한 권으로 읽는 조선왕조실록'의 작가 박영규씨의 '특별한 한국인'(웅진닷컴 펴냄)과 문화비평가 김지룡씨의 '개인독립만세'(살림 펴냄). 이들의 공통된 화두는 한국인, 한국사회다. 박씨가 지나간 우리 역사와 우리 문화를 통해 오늘날 한국인의 정체성과 한국사회의 현실 읽기를 시도했다면 김씨는 '개인주의'를 키워드로 21세기 네트워크 세상 속에서 한국 사람들이 어떤 방식으로 자신의 행복과 개인의 선택 권리를 획득할 수 있는가를 들여다 보고 있다.
'특별한 한국인'은 통일시대, 한국인의 자부심을 어디에서 찾을 수 있는가를 고민한다. 저자는 '한국인은 안돼!' '우리 나라는 어쩔 수 없어'라는 말만 되풀이하는 한국사람들을 겨냥해 과연 그럴까? 라는 물음을 던진다. 지식인들과 일반 대중들이 집단 최면에 걸린 것처럼 우리 민족을 비하하고 있는 현실을 안타까워 하며 잘못된 역사관을 가지고 스스로를 폄하하는 우리 자신에게 던지는 '자부심'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역사를 제대로 알아야 문화가 보인다' '우리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문화대국을 꿈꾼다' 등 모두 3부로 구성된 이 책에서 저자는 편견과 오만의 한국,한국인을 비판하기도 하고, 벤처기업인에게서 심마니들의 정신을 발견해내기도 한다. 핸드폰으로 되살아난 앙부일구 열풍을 저울질하거나 교육열의 자산적 가치를 짚어보고 서원(書院)의 가치를 재발견하기도 한다. 또 한글을 값비싼 문화상품으로 보기도 하고, 효 문화에 대해 새로운 인식을 심어주기도 한다.
작가 박씨는 '중국인이 궁리진성(窮理盡性)이라면 한국인은 고무진신(鼓舞盡神)'이라고 풀이한다. 신명을 기반으로 역사를 개척해 온 민족, 외세와 독재 권력을 극복한 우리 민족의 저력은 바로 신명이라는 것이다. 욱하는 감정을 두고 비이성적이라고 폄하할 것이 아니라고 그는 단정한다. 너무나 스스로를 폄하하는 현실속에서 우리의 정신을 곧추 세우기 위해서는 현미경을 가지고서 아주 작은 장점이라도 찾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한다. 굴욕과 오욕의 20세기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민족의 정체성을 다시 확인하고 자부심을 세워야 민족 화합과 새로운 21세기를 열어갈 수 있다고 결론짓는다.
반면 김지룡씨의 '개인독립만세'는 누구나 재미있게 살 수 있는 세상을 꿈꾼다. 20세기식 국가, 민족, 회사조직, 학교, 가정, 인간관계 등 이런 걸림돌을 통쾌하게 정리하고, 우리가 상상으로 품고 있던 세상에 대한 비전을 구체적으로 생각해보고 있다.
김씨는 이제 우리는 네트워크를 통해 세상과 직접 연결되어 있다고 말한다. 국가와 회사 같은 중간 매개조직이 더 이상 필요 없어졌다고 단언한다. 이 네트워크 세계를 움직이는 룰은 바로 '개인주의'다. 네트워크는 독립적인 개인들의 연결이고, 그 본질은 '자율성'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매년 10%이상의 고속성장을 이뤄내기 보다는 지금 갖고 있는 것들이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되지 않는 안심할 수 있는 사회에 더 비중을 둔다. 또 우리를 옳은 길로 이끌어 줄 것 처럼 보이는 '위대한 지도자'나 '천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한 영도자'가 아니라 그 어떤 '바보'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사회가 부서지지 않도록 만드는 제도가 중요하고,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기적'이 아니라 '안정'이라는 것을 강조한다. 이런 점에서 21세기 라이프 모델은 '개인주의'가 되어야 한다고 그는 말한다.
결론적으로 지난 세기 우리가 '대한독립만세'를 외쳤지만 21세기 우리는 '개인독립만세'를 외쳐야 한다고 그는 제의한다.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무수하게 전체주의적 이데올로기로부터 공격과 비난을 면치 못했던 개인주의가 이 책에서는 글로벌 네트워크 세상의 룰이자 세상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을 사랑할 줄 아는 지혜와 미덕으로 선포되고 있다.
-徐琮澈기자 kyo425@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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