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설곳 잃은 지방대학-텅빈 캠퍼스

지역대학이 쓰러지고 있다. 지명도가 높은 지역 유명 대학은 경쟁력을 잃고있고 군소대학들은 절박한 생존의 갈림길에 서있다.

특히 농촌과 중소도시에 있는 신생 군소대학은 2, 3년 내 문을 닫고 말 것이란 비관적인 전망마저 나오고 있는 가운데 최근 대구·경북지역 각 대학들이 지방대 육성대책협의회를 구성하는 등 비상대책 마련에 나섰다.

두달 후엔 2001학년도 신입생 선발(수시모집)이 시작, 치열한 입시전쟁이 코앞에 닥쳤으나 대학들은 우수 학생들을 유인할 뾰족한 묘수를 찾지 못한채, 전전긍긍하고 있다.

몰락의 위기에 처한 지역대학의 현실과 대책을 짚어본다.

1 텅 비어가는 캠퍼스

올해 신입생 정원을 못 채운 대학이 속출한 가운데 경북지역은 32만4천여명중 4.6%인 1천493명의 정원미달을 기록했다. 이같은 신입생 결원율은 전국 16개 시도중 전남, 제주에 이어 3번째로 높은 수치. 특히 경북 모지역의 한 대학은 정원의 절반에 가까운 834명의 결원이 발생, 전국 최고의 신입생 정원미달이란 수치스런 기록까지 남겼다.

상주지역 모 대학도 학생부족으로 곤란을 겪기는 마찬가지. 지난 해 모집에서도 72명이 결원이 생긴데 이어 올해도 71명이나 미등록했다.경북 중부지역의 또 다른 대학 역시 가까스로 신입생 정원미달을 막기는 했으나 재수, 타대학 편입 등으로 빠져나가는 인원이 학교 총정원의 20%에 육박하는 200여명에 이르고 있어 적자운영에 허덕이고 있다.

그렇다고 지명도가 높은 대학도 느긋한 입장이 못된다. 대구지역 대학에서도 대입합격자 추가등록 미달사태가 잇따라 경북대121명, 영남대 1천81명, 계명대는 524명이 미등록을 기록했다. 미등록 및 자퇴 등의 증가로 영남대는 지난 1학기때 244명을 편입으로 충원한데 이어 이번 2학기때 517명을 충원할 계획이다. 한해동안 700여명이 넘는 결원이 생기고 있다는 방증이다.

계명대 역시 지난 해 미등록, 자퇴 등으로 지난 해 966명의 결원이 생겨 편입을 통해 부족인원을 채우고 있다. 그러나 편입을 통해 학생충원이 되는 대학은 그래도 나은 편. 경북 북부지역의 한 대학은 정원미달에다 자퇴 등 재학생 이탈이 심한데다 지원자가 몰리지 않아 편입시험마저 제대로 칠 수 없는 입장. 이때문에 이 대학은 아예 학생 제적(除籍)현황의 외부 유출을 일절 금하는 이례적인 조치까지 취하고 있다.

대구 인근 모대학의 경우 미충원된 학과 학생들마저 휴학이나 자퇴로 학교를 떠나 일부 학과는 폐과나 다름없는 상황에 저했다. 게다가 학생부족으로 운영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이중고를 겪고있다. 교수들 역시 학생들이 떠난 빈자리에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읽는다. 실습기자재 충원 등 미래를 위한 투자확충은 아예 포기상태. 빈곤의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또 다른 대학도 사정은 마찬가지. 학생유치를 위해 기숙사건립 등에 전력을 쏟아왔으나 매년 200~400여명이상이 재수나 학업포기 등 이유로 학교를 떠나고 있다. 이학교는 미등록이 계속되고 있는 일부학과를 2, 3년내 폐과하기로 하고 폐과 사전단계인 학부제를 확대 실시중이다.

이같은 대학의 학생부족 현상은 사실 오래 전부터 예견돼 왔던 상황.

90년대 들어 오락가락하는 대학정책으로 대학수가 급증한데다 지역대학의 경우 입학정원마저 자율화라는 미명하에 대책없이 늘려놓았기 때문이다.

지난 93년 127개에 달했던 전국 일반 대학은 올해 161개 대로 늘어났다. 7년새 33개 대가 신설된 것이다. 게다가 대학정원은 미래수요에 대한 정확한 예측없이 최근 10년간 20~40%까지 매년 늘려왔다.

특히 현 추세로 대학정원을 증원할 경우 2001년부터 수험생 부족현상이 나타나 2003년에는 대학지원자 보다 대학 신입생 정원이 많아지는 현상이 나타날 것이란 연구가 잇따르고 있다. 결국 2003년을 전후 상당수 지역 군소대학 폐교 사태(沙汰)가 불보듯한 상황이다.

가야대 이상히 부총장은 "대통령이 바뀔때마다 대학정책이 수시로 바뀌어 입학정원 등 기본원칙이 제대로 지켜진 적이 없다"며 "대학정책 부재의 피해를 지역 군소대학들이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고 말했다.

柳承完기자 ryusw@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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