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가 현대자동차 계열분리 해법을 고민하던 끝에 최악의 수를 뒀다.현대차를 계열분리하겠다던 당초 방침을 바꿔 현대차를 그룹에 남기고 나머지 계열사를 분리하는 '역(逆)분리' 방안을 짜낸 것이다. 현대는 이를 법적 요건을 맞추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현단계에서 최선의 안이라고 강변하고 있다.
그러나 본질은 그대로 둔채 '형식논리'만 슬쩍 바꾼게 아니냐는 게 현대 주변의시각이다. 정주영 전명예회장의 지분정리라는 공정위의 요구를 피하기 위해 '눈가리고 아웅'식의 해법을 찾은 것이란 비판도 있다. 이는 그간 현대가 그룹에서 자동차를 분리하겠다고 공언한 자구노력 계획과도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지난달 31일 정 전명예회장의 경영퇴진 선언도 무색케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간신히 회복기미를 보이던 현대의 대외신인도 추락은 물론 우리 경제전반에도 적잖은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역분리 방안이란=현단계에서 그룹과 자동차를 분리하고 공정위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유일한 방안이라는 게 현대의 설명이다. 공정위의 요구한 '법적요건'은 정 전명예회장의 자동차 지분 9.1%를 3%로 낮춰달라는 것. 그러나 현실적으로지분소유자인 정 전명예회장이 '정리 의사'를 밝히지 않고 있는 이상 도리가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정 전명예회장의 지분정리 문제를 피하고 그룹과 자동차를 분리하려면 역으로 자동차에서 그룹을 떼어내는 방안 외에 대안이 없다는 게 현대의 주장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공정위가 수용하든 안하든 우리는 최선을 다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따라 현대 계열사 35개사중 당초 분리예정이던 현대자동차 관련 6개사 등 모두 10개사를 제외한 현대건설과 현대중공업 등 나머지 25개사를 현대그룹에서 계열분리한다는 게 현대의 설명이다. 또 그룹에 남게되는 현대차의 계열주는 정주영 전명예회장이 되며 나머지 계열사들의 계열주는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의장이 된다는 것이다.
◇현대의 의도 과연 뭘까=현대는 그동안 요로를 통해 정부측에 역분리안에대한 의견을 구했으나 '퇴짜'를 맞았다는 후문이다. 따라서 현대가 '수용불가'를 예견하면서도 이같은 안을 공정위에 제시하려는 것은 뭔가 다른 의도를 깔고 있는 것이란 관측이 높다. 우선 현대는 최대한도로 계열분리를 위한 법적요건을 갖추는 모양새를 갖춰 공정위와의 힘겨루기에서 '명분'을 얻고자 하는 것이라는 분석이 높다. 공정위가 계열분리 요건으로 정 전명예회장의 지분을 3%로 낮추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이는 들어줄 수 없는 만큼 다른 '적법카드'를 내밀어 공정위가 더이상 요구하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또 이달말이라는 시한내에 계열분리 신청을 내겠다는 시장과의 약속도 지켰다는 명분도 얻을 수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우리는 약속대로 계열분리 신청을 낸 것이고 이후의 문제는 공정위가 알아서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또다른 시각에서는 정 전명예회장 3부자 동반퇴진을 거부한 정몽구 회장을 밀어내겠다는 의도가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그룹에 남게되는 현대차 계열주를 정 전명예회장으로 바꾸려는 것도 이같은 관측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정몽구 회장의 퇴진을 요구한 정 전명예회장이 계열주로서 자동차를 관장하고 있다면 정몽구 회장의 입지는 크게 약화될 수 밖에 없지 않느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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