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 80년대만 해도 지방 명문대의 위세를 자랑해왔던 경북대, 영남대, 계명대 등 지역대학들이 수험생들의 서울 편향지원현상이 심화되면서 위상이 급격히 추락, 과거의 명성을 잃은 지 오래다.
최근 교육부 통계에 따르면 수능성적 상위 5% 학생 중 62%가 서울지역 대학에 진학하고 있다. 또 서울지역 대학 입학자 중 48.8% 가 지방고교 출신자 들이다. 서울지역 대학에 대한 수험생들의 선호도가 높은 만큼 지역 유력대학들의 소외현상도 더해가고 있다. 10∼20여년전 서울지역 상위권 대학과 어깨를 나란히 했던 지역대학 인기학과들은 이제 서울지역 중위권에서도 밀리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법.상대 등 인문계열 인기학과의 입학성적은 해가 갈수록 격차가 더 벌어지고 있다.
"지역 국립대가 명문대라는 영광은 흘러간 지 이미 오래입니다. 우수인력 대부분이 서울만 선호하는 현실에서 지역 명문대는 이류 대학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습니다 "
우수 인력이 지방대학을 외면하는 현실에서 대학의 자체적인 발전을 꾀하기는 힘들다는 경북대 ㄱ교수의 푸념이다.
경북대 교수협의회가 지난 해 10월 전국대학 최초로 작성한 '교육헌장(초안)'은 한때 지역 명문대로 불렸던 경북대의 고민을 잘 대변하고 있다. 헌장은 "과거 잠시 한강 이남의 최고 대학이라는 자부심에 안주할 수 있었으나 이제 수많은 지역대학 중 하나라는 세평을 듣기에 이르렀다"며 현재의 추락한 대학 현실을 반성하고 있다.
지난 해 아시아위크지가 선정한 우수대학 평가결과 경북대는 53위를 차지했다. 서울대(3위)와 연세대(9위) 고려대(16위)는 물론 이화여대(26위), 성균관대(28위), 서강대(35위), 부산대(40위), 한양대(43위), 전남대(48위) 등보다도 훨씬 떨어지는 성적이었다.
지역 유력대학들의 위기감 역시 크게 확산되고 있다. 영남대는 우수학생 유치를 위해 '천마장학금'의 수혜폭을 크게 늘리고 해외 연수기회를 제공하는 등 각종 혜택을 부여하고 있으나 별다른 유치실적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계명대 역시 국제교환학생 교류, 장학금 확대 등으로 인재 유치에 나서고 있으나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
이들 대학은 수년 전부터 아예 수석합격자를 발표하지 못하고 있다. 수석합격자들이 4년 전액 등록금면제 등 엄청난 특전을 포기하고 보다 나은 상위권 대학을 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전처럼 생활고로 인해 서울 상위권 대학진학을 포기하거나, 장학금 혜택을 받기위해 지방대에 입학하는 사례가 꼬리를 감추고 있는 상황을 잘 나타내고 있다.
그렇다고 대입수험생들의 서울선호도를 마냥 비난할 수도 없는 일이다. 최근 대기업 입사자들의 대학 출신비율을 살펴보면 그 해답은 자명해진다. 지난 해 삼성전자 입사자 중 수도권 대학 출신이 77.9%인데 비해 지방대 출신은 22.1%에 불과했다. 대우상사 신입사원 역시 수도권 대학출신은 84.4%였으나 지방대출신은 15.6% 에 그쳤다.이같은 지방대 출신의 취업난은 가뜩이나 힘겨운 지방대의 활로를 더욱 힘들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특히 세계수준의 대학원 육성을 골자로 한 '두뇌한국(BK)21' 사업시행이후 서울 주요대학이 대학원 정원을 대폭 늘리면서 지역대학은 연구기반까지 흔들리고 있다경북대가 대학원 정원 대거 미달사태로 개교이후 처음으로 올해 후기모집에 나섰으며 영남대, 계명대 등도 대학원 충원율이 10% 가량 떨어지는 등 정원미달사태가 가속화됐다.
BK21 사업으로 연세대, 고려대 등 서울 주요대학들이 이공분야 대학원 정원을 40~140명까지 늘려 지역 대학원에 그 파장이 미쳤던 것. 국가고시 합격자의 지역별 분포조사에서도 지역대학의 점유율이 급격히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지난 96년 행정, 외무, 기술고시 등 3개 국가고시 합격자를 출신지별 합격자 비율로 볼때 대구.경북지역은 전국 10개 광역권에서 16.3%를 차지, 부산.경남(17%)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출신대학 소재지 비율로 볼때 대구.경북지역은 3.7%에 불과했다. 즉 대구.경북지역 출신자들의 합격자 비중은 높은 편이나 이들 중 대부분들이 서울지역 대학 출신자라는 분석이다.
또 행정고시 합격자 중 지방대 출신 비율은 96년 10.9%에서 97년 7.6%, 98년 7.1% 등 해마다 감소추세를 보이고 있다.
영남대 우동기 발전협력처장은 "서울위주의 편향적 지원으로 야기된 지방대의 황폐화 상황은 왜곡된 대학정책의 대표적인 사례"라고 지적했다.
柳承完기자 ryusw@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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