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실업교육 정책이 혼선을 빚으면서 지난 수십년 동안 쌓아온 실업교육의 기반이 송두리째 무너질 위기에 놓였다.
지난 80년대 정부는 현장 기능인력 양성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실업계고 진학생 숫자를 중학교 졸업생의 50% 이상으로 묶는 이른바 '50대50' 정책을 고수해왔다. 그러나 90년대 들어 학생, 학부모의 일반계고 진학열이 급속도로 높아지면서 관련 법조항이 슬그머니 폐지됐고, 정부의 실업교육 정책도 수요자 중심과 고급 기능인력 양성이라는 원칙 아래 일대 변화가 생겼다.
올해부터 도입된 7차 교육과정에서는 초등 1학년부터 고교 1학년까지 10학년 동안 보통교육을 실시하고 고교 2학년부터 학생들의 선택에 따라 일반계와 실업계로 나눠진다. 실업교육의 골간도 고교 2, 3학년 과정이 전문 교육에 대비한 실습 위주로 전환, 고교 2년과 전문대 2년을 통합한 이른바 '2+2' 정책으로 바뀌었다.이에 따라 전국적으로 실업계고의 일반계고 전환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진 반면 신설은 거의 없는데다 지난해 이후 상업계고의 대대적인 일반계 전환이 진행되고 있다. 대구의 경우 협성상고, 경희여상 등이 일반계고로 전환한 데 이어 올해는 경상여상이 대구제일고로 바뀌었으며 대구상고도 최근 일반계고 전환을 대구시 교육청에 요청한 상태다. 또 90년대 이후 신설은 모두 일반계고에 국한돼 현재 대구에는 일반계고가 54개인 반면 실업계고는 21개에 불과한 실정이다.
실업교육 관계자들은 상업계 수요 감소, 디지털 인력 수요 급증 등 시대적 흐름에 따른 변화는 불가피하지만 지금처럼 대책 없이 실업교육의 축이 전문대로 넘어간다면 자칫 그동안 쌓아온 실업교육의 기초가 한꺼번에 무너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핵가족화와 높은 대학진학 욕구 등을 감안할 때 고교 2학년 때 실업과정을 선택하는 숫자는 극히 적을 수밖에 없는데다 실업과정에 대비한 물적 기반구축도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어 '2+2' 정책이 자칫 '0+2'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
이렇게 되면 사회적으로 요구하는 고급 기능인력 양성은 커녕 종전 실업계고에서 배출해내던 현장인력조차 부족사태를 빚어 국가인력구조의 왜곡현상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류춘기 대구시 교육청 과학평생교육과장은 "고급 기능인력이 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지만 현장 상황이나 기능인력을 소홀히 하는 사회적 인식의 변화 없이 정책만 바뀌어 나간다면 심각한 부작용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金在璥기자 kj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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